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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이제라도 편하게 잘지냈으면"...이춘재에 희생된 화성 초등생 위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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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7일 연쇄살인범 이춘재가 살해 사실을 자백한 ‘화성 실종 초등학생’의 실종 당시 유류품이 발견됐던 경기 화성시의 한 공원에 유가족 등이 헌화한 꽃이 높여 있다. 연합뉴스


“이제 하늘나라로 가서 편안히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쇄 살인범 이춘재에 살해된 것으로 밝혀진 화성 초등학생 김모양(당시 8세)의 위령제가 열렸다. 7일 김양의 아버지 김모씨 등 유가족들은 경기 화성시 병점동에 있는 근린공원에 찾아 헌화하며 김양의 넋을 위로했다.

이날은 31년 전 김양이 실종된 날이다. 위령제가 열린 공원은 김양이 실종 당시 입고 있던 치마와 메고 있던 책가방 등 유류품들이 발견된 야산이 있던 곳이다.

헌화를 마친 유가족들은 당시 사건을 은폐했던 담당 수사관이 한 번도 유가족을 찾아와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딸이 이춘재에 희생당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31년 만에 밝혀진 진실과 마주한 아버지 김모씨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김씨는 “그동안 딸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원통하다. 당시 경찰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숨기고 있었다”며 “지금도 딸의 생전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딸에게 별로 해준 것도 없고, 힘들게만 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지금이라도 좋은데서 편안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며 흐느꼈다.

김양의 유가족은 경찰의 증거인멸로 살해사건에 대한 실체규명이 지연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최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양 실종사건’을 살인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그동안 실종사건으로 분류됐으나, 경찰은 당시 형사계장 등 경찰 2명이 김양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김양의 유골 등을 찾기 위해 이 곳 근린공원 일대에 연인원 1180명과 지표투과 레이더(GPR) 5대 등 장비를 투입해 6942㎡를 9일간 수색했지만 의미 있는 내용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은 1989년 7월7일 당시 초등학교 2학년생인 김양이 화성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중 사라진 사건으로 단순 실종 사건으로 분류됐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수감중이던 연쇄살인범 이춘재가 자백하면서 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사건 당시 김양의 유골 일부가 발견됐지만 경찰은 단순 실종 사건으로 처리하기 위해 이를 은폐하고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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