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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이춘재 살해 화성 초등생’ 아버지 “시신발견하고도 숨긴 경찰 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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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화성 실종 초등학생’의 유가족이 7일 오전 실종 당시 피해자의 유류품이 발견된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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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살해 사실을 자백한 ‘화성 실종 초등학생’의 유가족이 7일 오전 실종 당시 피해자의 유류품이 발견된 경기도 화성시의 A 근린공원을 찾아 헌화했다.

김용복(69)씨의 딸 김(당시 8세)양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께 경기 화성시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다. 이날은 김양이 실종된 지 31년되는 날이다.

등산로 바로 옆 비탈진 산자락에 국화꽃 한 다발을 올려놓은 아버지 김씨는 묵념을 마친 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씨는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울먹이다 “30년 동안 (딸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는 게 너무나도 원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수사관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감춰서 뼈 한 줌도 못 찾게 했느냐”며 “(이 근처가) 개발되기 전에라도 시신을 찾았더라면 뭐라도 발견했을 텐데…이춘재보다 경찰이 더 나쁘다”고 당시 수사관들을 원망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최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양 실종사건’을 살인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그동안 실종사건으로 분류됐으나, 경찰은 30여년 전 당시 형사계장 등 경찰 2명이 김양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을 맡았던 형사계장 A씨 등 경찰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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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유류품이 발견된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원에 유가족 등이 헌화한 꽃이 높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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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의 아버지는 “민방위 훈련에 따라가겠다던 딸을 못 따라오게 하며 때린 게 지금도 후회된다”며 “딸에게 못 해준 것만 왜 그렇게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딸에게 별로 해준 것도 없고 힘들게만 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지금이라도 좋은 데서 편안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헌화 행사에 참석한 김씨 측의 법률대리인 이정도 변호사는 “경찰이 해당 수사관들에게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했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돼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점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판례를 살펴봤을 때 직무수행의 가능성이 있을 때까지는 공소시효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만큼, 당시 수사관들의 직무유기 행위는 퇴임 때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들에게 적용할 공소시효 범위를 좀 더 유연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김양의 가족은 경찰의 증거인멸로 살해사건에 대한 실체규명이 지연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날 헌화 행사에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나원오 형사과장, 이정현 중요사건 미제수사팀장, 피해자보호전담 직원, 수사팀 경찰관 2명 등 총 5명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11월 김양의 유골 등을 찾기 위해 A 근린공원 일대에 연인원 1180명과 지표투과 레이더(GPR) 5대 등 장비를 투입해 6942㎡를 9일간 수색했지만, 의미 있는 내용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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