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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성범죄자에 관대한 나라”… 손정우, 엄중 처벌해도 ‘최고 형량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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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한 판 훔쳐도 징역 1년8월… 한국 사법부 국제적 망신”

세계일보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가 지난 6일 오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뉴시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의 미국 송환이 불발되며 인도 불허 결정을 한 재판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뜨겁다. 온라인상에서 ‘사법부도 공범’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으며, 심사를 이끈 서울고법 강영수 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인 7일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동의를 가뿐히 돌파했다.

◆“아동 성착취범들에게 천국과도 같은 나라” 청원 30만명 동의

전날(6일) 오전 사법부의 불허 결정이 알려진 즉시 올라온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 국민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동의 수 3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현재 대법관 후보에 올라있는 강영수 판사는 세계적인 범죄자인 손정우의 미국 인도를 불허하였다”며 “계란 한 판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가 받은 형이 1년8개월이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만들고, 그중 가장 어린 피해자는 세상에 태어나 단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아이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끔찍한 범죄를 부추기고 주도한 손정우가 받은 형이 1년6개월”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런 판결을 내린 자가 대법관이 된다면 아동 성착취범들에게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재판부가) ‘한국 내에서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판사 본인이 아동이 아니기에, 평생 성착취를 당할 일 없는 기득권 중의 기득권이기에 할 수 있는 오만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는 해당 청원 공유와 함께 재판부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허탈감과 분노를 드러내는 글들도 쏟아지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 가해자들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N번방 총공 총괄계’는 지난 6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법부도_공범이다’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성착취범 전원에게 박약한 처벌로 ‘악순환의 고리’ 유지를 보장하는 사법부를 규탄한다. 박약한 처벌을 되풀이하는 사법부가 ‘악순환’의 원인”이라고 규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이날 “사법부는 신뢰를 스스로 내팽개쳤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사법부가 ‘손정우가 한국에 있어야 아동·청소년 대상 성 착취를 발본색원할 수 있다’는 문장을 진심으로 쓴 것인지 궁금하다. 사실 손정우가 구속될 수 있었던 것도 미국 워싱턴 DC 연방 법원 소속 판사가 구속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었다. 이러고도 한국 사법부가 아동청소년 성 착취 근절 의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법부의 이러한 행태는 한두 번이 아니었고, 운이 없게도 이번에는 하필 국제 기준을 갖다 댈만한 사건이어서 망신을 샀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라며 “시민은 국가가 판결을 통해 사회에 던지는 공적 메시지를 수신한다. 지금까지 국가는 성범죄와 여성 대상 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따사로웠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현재 폐쇄된 손정우씨가 운영한 다크웹 ‘웰컴투비디오’ 홈페이지


◆범죄 수익 은닉 혐의로 처벌해도… 법정 최고형 징역 5년, 벌금 3000만원

법조계에선 재판부 판단 취지엔 공감하지만 기존 디지털성범죄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손씨의 처벌 수위가 낮으리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국민 의견 보고서를 제출한 김영미 변호사는 7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미국에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다운로드만 받아도 (1건당) 징역 5년이다. 10개면 50년인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죄가 있는데, 6월2일 개정되기는 했지만 개정 전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형량이) 엄청 차이가 난다. 개정돼서 그나마 1년 이상의 징역으로 바뀌었지만, 그전에는 너무 낮았다”며 “하나를 소지하건 10개를 소지하건 간에 미국처럼 계속 더하는 게 아니라 경합범 가중이라고 해서 장기의 1/2밖에 가중이 안 되는 법체계”라고 꼬집었다. 손씨가 아직 처벌받지 않은 범죄 수익 은닉 혐의로 처벌받더라도 법정 최고 형량이 징역 5년, 벌금 3000만원이라 이 또한 해외 처벌 수위보다 상당히 낮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지난 6일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심사 3차 심문기일을 열고 손정우에 대한 송환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죄인의 국적을 가진 한국 또한 주도적인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세계적 규모의 아동 이용 음란물 다크웹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회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운영자를 신병확보 해야 하는 점, 범죄 수사를 국내서 엄중히 해 아동 성착취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재발 방지를 기해야 하는 점에서 미국 송환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손씨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는 게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성범죄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손씨는 2015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다크웹(dark web·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비밀 웹사이트)’에서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며 전세계 4000여명에게 아동 음란물을 공유하고,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손정우가 붙잡힐 당시 8테라바이트(TB) 분량의 영상 2만개가 서버에 저장돼 있었고, 생후 6개월 영아가 나오는 영상도 있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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