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영어 충돌하면 중국어 우선
"헷갈리면 법무부가 자문해 주겠다"
법무부가 그럴 권한 있냐 논란 일어
중국어 모르는 판사·변호가 많아
공식 영문본 요구 목소리 높아져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일 홍콩 주권 반환 23주년에 즈음해 시가행진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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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용어는 중국어와 영어다. 홍콩에서 두 언어는 똑같은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홍콩정부가 홍콩보안법을 시행하면서 두 언어 간에 의미와 해석에서 차이가 있을 경우 중국어가 우선한다고 밝히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홍콩정부는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보안법이 통과된지 반나절이나 지난 30일 밤 11시에 해당 법안을 중문으로 공개했다. 그리고 몇시간 뒤에 국영통신인 신화통신이 영문 번역본을 공개했지만 공식적인 권위는 갖지 않는 참고용이었다. 홍콩 정부의 영문본은 법안이 시행된 지 사흘째인 지난 2일 정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되었다.
홍콩 법무부는 보안법이 중앙정부에서 제정된 법이기 때문에 중국어가 공용어라면서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면 법무부에 자문을 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홍콩 법조계에서는 홍콩 정부가 중문본을 판별할 법적 근거가 있는지, 홍콩정부 홈페이지에 오른 영문본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문본과 영문본은 간단한 문장에서도 확인된다. 홍콩보안법 중문본 9조와 10조는 '홍콩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학교, 사회단체, 언론, 인터넷 등에 대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선전·지도·감독·관리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영문본에는 'schools'(학교) 옆에 'universities'(대학)을 별도로 명시했다.
또 홍콩보안법 29조에서는 '외국 세력과 결탁'에 대한 처벌을 다뤘는데 이 조항도 중문본과 영문본의 내용이 다르다. 중문본에서는 '(외국 세력과) 공동 조직을 결성한 자는 역할과 참여 정도에 따라 다른 범죄 혐의가 적용된다'고 규정했지만, 영문본은 '같은 범죄 혐의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고 규정했다.
한 홍콩 변호사는 "이처럼 엉터리로 영문본이 쓰인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외국 판사와 변호사들은 홍콩보안법 이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당국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말처럼 홍콩에는 외국인 거주자가 많고 판사와 변호사도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 중문본만으로는 부족하고 공신력있는 영문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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