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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가상 강의실에서 '아바타'로 접속해 의사들 수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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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가상의 강의실과 수술실 모습./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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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XR(eXtended Reality·확장현실) 기술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의료진 수술 시연이 이뤄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untact)’ 활동이 늘어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도 새로운 디지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는 지난 3일 XR을 활용한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ASCVTS)·아시아흉강경수술교육단(ATEP) 교육프로그램’에서 ‘라이브 서저리’를 진행하며 새로운 비대면 의료 교육 방식을 선보였다고 6일 밝혔다.
‘XR CLASS’로 불리는 이 플랫폼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가상의 강의실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이다. VR 영상 콘텐츠 국내 기업인 서틴스플로어가 개발했다. 원격 강의 및 회의를 중점으로 활용하고자 개발된 이 플랫폼에 헬스케어 진단 및 교육 IT 솔루션 기업인 테트라시그넘이 외과 교육용 콘텐츠로 개선하면서 비대면 의료 교육 플랫폼인 ‘XR Surgical Class’가 나온 것이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는 지난 6월 한 달 간 싱가포르 국립대학병원 및 영국 멘체스터로얄병원 흉부외과 의료진과 함께 이 플랫폼의 안정성 및 효용성 시범테스트를 시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3일 베트남 흉부외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아시아흉강경수술교육단의 ‘제5차 아웃리치 프로그램’에 이 플랫폼을 적용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수술실에서 이뤄진 폐암수술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일본·싱가포르·태국·영국을 비롯한 8개 국가 간 최고 명의들의 강의 및 토론을 실시간으로 진행했다. 이는 외과교육으로는 세계 최초로 XR 기술을 도입한 원격 교육이라는 게 분당서울대병원측의 설명이다.

가상현실에서 아바타를 설정한 것도 특징이다. 강사와 교육대상 의료진은 와이파이가 지원되는 장소에서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고, 각자 역할에 맞는 아바타를 설정한 뒤 부여받은 강의실 코드를 입력하면 가상의 강의실과 수술실에 입장한다. 라이브 서저리는 눈앞에 세 개 모니터가 펼쳐지는데, 하나는 집도의가 바라보는 수술 시야를 3차원 영상으로 보여주고, 또 하나는 수술팀의 기구조작 모습을, 나머지 한 화면은 스마트수술실에 구축된 360도 8K VR 카메라를 통해 집도의와 수술 간호사를 원하는 대로 볼 수 있어 실제 수술실 안에서 참관하는 것 같은 환경이 제공된다.

수술을 집도한 조석기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기존에 진행해오던 라이브 서저리의 경우 수술실에서 3D 카메라로 수술을 해도 영상을 받아보는 곳에서는 2D로 볼 수밖에 없었고, 제공하는 화면 이외에는 볼 수가 없었다"며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고개만 돌려도 실제 수술실 모습을 360도 3D 화면으로 볼 수 있고, 여러 시점에서 보고 싶은 수술 부위와 과정을 자세하게 지켜볼 수 있어 몰입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병원은 XR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XR CLASS는 현재 최대 43명까지 동시 접속해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각적으로는 물론 3D XR 이머시브 사운드 기술을 통해 고품질의 음성 대화도 끊김 없이 현장감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최근 웨비나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줌, 구글미트와 같은 기존 원격 툴과 비교했을 때, 원활한 실시간 음성지원과 실제 현장과 같은 배경화면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상훈 흉부외과 교수(ASCVTS 회장)는 "상대적으로 의료 역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의료진은 해외 각국에서 개최되는 학술대회 및 연수 프로그램에 매번 참석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이 플랫폼을 의료현장에 적극 도입한다면 보다 차별화된 의학콘텐츠와 교육서비스를 최소한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어, 의과대 학생들의 실습교육에 활용도가 높은 새로운 의료교육 방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코로나19 같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앞으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이러한 XR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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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서저지를 시연하는 조석기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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