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주항공 모기업 애경그룹 본사서 규탄 기자회견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제주항공이 구조조정과 임금체불을 지휘해 놓고 인수합병(M&A)을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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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지혜 기자 = 매각 불발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제주항공에 강력하게 책임을 물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3일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위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았다”며 제주항공을 규탄했다.
전날 제주항공이 8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10일 이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이스타항공에 보내면서 이스타항공 노조의 투쟁 대상은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서 제주항공으로 확대됐다.
이날 노조는 “제주항공이 M&A의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의 전 노선 운항 중단, 구조조정 결정 등을 유도하며 기업의 자력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박탈했다”면서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이스타항공의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노조는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통화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M&A가 진행되던 3월20일께 오간 통화에서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 하지 않겠냐”는 최종구 대표에게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가 “희망 퇴직자에게는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냐.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고 우려하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종료)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노조는 해당 통화와 관련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희망퇴직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으며, M&A 작업 마무리를 위한 기업결합심사를 위해 의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제주항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 계약해지에 가까운 공문을 보낸 데 항의한 것이다.
노조는 “양해각서(MOU) 체결 후 자신들이 구조조정을 지시해왔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놓고도 3월 이후 발생한 부채를 이스타항공이 갚으라는 것은 날강도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노조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거부한다면 정부 지원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파산 말고는 다른 깊이 없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4일 오후 2시 민주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불매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이상직 의원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가 지난 1일자로 이스타항공의 브랜드마케팅본부장(상무) 직에서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홀딩스 대표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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