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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9월25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제29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서 개회사를 마친 후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뉴스1 |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졌다. 검찰 외부에서는 여권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이성윤 지검장을 필두로 한 서울중앙지검과의 대립 상황에 놓여있다.
법조계에서는 한때 '우리 총장님'이라 불리며 승승장구했던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양자택일' 갈림길에 섰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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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좌천→승승장구→수세 몰려
윤 총장은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이끌다가 수뇌부에 반기를 들어 한직을 전전한 바 있다. 당시 윤 총장은 검찰 수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제수사를 진행했다가 징계 및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됐다. 윤 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어떻게 따르나”는 등 소신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윤 총장은 이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의 주포를 맡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전임 총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에 고검장을 거치지 않는 파격 인사로 검찰총장직에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우리 윤 총장님’이라 부르며 신임을 보였다.
그러나 총장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윤 총장은 사방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추 장관이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 총장이 더욱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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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옆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 청사 모습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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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의혹’ 대검 vs 지검…秋 지휘권 발동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채널A 의혹을 두고 대척점에 서 있다. 대검 실무진은 강요미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반면 수사팀은 혐의가 인정되고, 강제수사 필요성도 있다며 맞서고 있다. 대검과 지검은 부장회의 등에서 연일 부딪혔고, 사실상 두 편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 가운데 추 장관은 지휘권 발동이라는 초강수를 띄웠다. 윤 총장이 결정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해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고 한 것이다. 수사팀이 요청한 ‘특임검사’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라는 취지다.
윤 총장은 3일로 예정됐던 전문수사자문단 회의를 열지 않고, 대신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었다. 이날 오전부터는 고검장, 오후에는 지검장 회의가 진행된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검사장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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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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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사퇴 압박인가…지휘 수용 ‘양자택일’
지난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의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휘 이후 지휘권 발동은 극도로 자제됐다. 당시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지휘는 수용하되 항의 차원에서 사직했다. 일각에서는 전례에 비춰봤을 때 추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사실상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날 검사장 회의에서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수용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다. 검사장들의 의견을 들은 뒤 지휘권 수용에 대한 가부(可否)가 결정되는 셈이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장관의 지휘가 위법한 것은 아닌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윤 총장 앞에는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받아들일지 또는 거부할지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 있다”며 “어느 결정을 내리든 그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상황에서 윤 총장이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10%대 지지율로 3위에 오른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다만 윤 총장은 앞서 총선 출마 거절 등 정치에 뜻이 없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나운채·박사라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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