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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연재] 중앙일보 '송지훈의 축구·공·감'

[송지훈의 축구·공·감] 전쟁 같았던 수퍼매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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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통산 90번째 서울-수원 대결

팬 관심 밖으로 밀려난 라이벌전

경기 품질을 끌어올리는 게 해답

중앙일보

2014년 열린 수원과 서울의 K리그 수퍼매치. 관중석이 축구 팬들로 가득찼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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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털에서 ‘서울 수원’, ‘수원 서울’을 검색하다가 놀랐다.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수퍼매치 관련 정보가 뜰 것으로 기대했다.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올 시즌 첫 수퍼매치가 열린다. 아니었다. 같은 날 열리는 K리그2 서울 이랜드와 수원FC 경기 관련 내용이 맨 위에 떴다. 검색 결과는 사용자 검색량에 따라 노출 순서가 결정된다. 팬의 관심 추세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수퍼매치는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이다, 아니 라이벌전이었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전 세계 주목할 더비 매치’ 중 하나로도 소개했다. K리그 38년 역사를 통틀어 최다관중 톱10 기록 가운데 6경기가 수퍼매치였다. 수퍼매치는 전쟁 같았다, 아니 전쟁이었다. 선수뿐만 아니라 팬, 구단, 모기업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수퍼매치의 명성을 높인 원동력은 수준 높은 경기력이었다. 서울 기성용(31)이 ‘택배’ 패스가 공간을 파고드는 이청용(32) 발에 정확히 연결될 때, 수원 염기훈(37)의 왼발 크로스가 정대세(36)의 슈팅으로 연결될 때, 수만 관중은 뜨거운 함성을 토해냈다.

4일의 올 시즌 첫 수퍼매치는 양 팀의 통산 90번째(정규리그 기준) 맞대결이다. 지난 89차례 대결에서는 34승23무32패로 서울이 근소하게 앞섰다. 승부의 균형추가 서울 쪽으로 더 기울지, 수평에 가까이 갈지 가려지는데, 안타깝지만 솔직히 팬들은 관심이 없다.

무엇보다 성적이 문제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서울은 9위, 수원은 10위다. 서울은 기성용·이청용 영입 불발, 리얼 돌 논란 등으로 체면을 구겼다. 5연패 수렁에 빠졌다가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를 1-0으로 잡고 한숨 돌렸다.

수원은 최근 대구FC(1-3패)와 상주 상무(0-1패)에 연패했다. 1일에는 수비수 홍철(30)의 울산 현대 이적으로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팬들은 지난해까지도 “우리 팀 상황이 안 좋아도 최소한 너희한테는 안 진다”는 반응이었다. 올해는 “차라리 제대로 깨지고 확 갈아엎자”는 분위기다.

매년 투자를 줄이고, 성적보다 적자 절감을 앞세우는 두 구단의 운영 기조에 팬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하는 상황이다. 구단 사정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명색이 프로구단인데, 모기업만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구단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졌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없는 걸까. 경기의 품질을 높이는 게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지난 89번의 수퍼매치에 늘 최고 선수만 나왔던 건 아니다. 또 두 팀이 늘 높은 순위에서 맞붙은 것도 아니다. 그래도 팬들은 ‘두 팀이 맞붙으면 짜릿하다’고 생각했다. 팬들이 그런 인식을 다시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선수 역할이, 구단 역할이, 무엇보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를 움직이게 하는 감독 역할이 중요하다.

언제부터 수퍼매치가 ‘수퍼’스럽지 않았나 되짚어야 한다. 팬들 눈은 정확하다. 그들의 관심이 식는 건 수퍼매치가 ‘수퍼’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4일 경기가 끝난 뒤 부디 인터넷에 ‘관중 받았으면 어쩔 뻔했나. 무관중이라 정말 다행’이라는 댓글이 없기를 바란다. 수퍼매치 부활을 염원한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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