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3년간 ‘롤러코스터’ 탄 듯… 정치권 영입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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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 협의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
“검찰총장으로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검찰제도 개혁을 이루어내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적임자라고 판단되기에 인사청문을 요청합니다.”
지난해 6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뒤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 요청안 일부다. 문 대통령에 의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적임자’로 지목된 윤 총장이 검찰 지휘봉을 쥔 지 1년도 채 안 돼 여권으로부터 ‘자진사퇴’ 압박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취임 1주년 20여일 앞두고 최대 위기 봉착
2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25일 취임한 윤 총장은 앞으로 20여일 있으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이를 기념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고 ‘그때까지 윤 총장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시선만 감지된다.
윤 총장의 측근 검사장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검언유착 수사에 관여하지 말고 나중에 수사결과만 보고받으라”고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을 사실상 특임검사처럼 운영하라는 얘기다.
윤 총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994년 대구지검 검사로 임용된 후 대구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 요직을 두루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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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박근혜정권 국정농단을 파헤칠 박영수 특별검사(오른쪽)에 의해 수사팀장으로 발탁된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 연합뉴스 |
2013년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한 건 윤 총장의 검사 인생에서 이정표가 됐다. 한 해 전인 2012년 국정원이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 당선을 위해 여당에겐 유리한 댓글을, 야당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관해선 불리한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았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 사건 수사로 박근혜정권의 미움을 산 그는 한동안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의 한직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로 일약 ‘국민검사’ 부상
하지만 윤 총장은 2016∼2017년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가 출범하며 재기에 완전히 성공했다. 박영수 특검에 의해 수사팀장으로 발탁된 그는 박근혜정부 실세들을 대거 구속기소하며 일약 ‘국민검사’로 부상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으로 승진한 윤 총장은 국정농단,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등 대형 사건들 수사를 도맡으며 자연스럽게 ‘검찰의 실력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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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에 취임한 뒤 검사장 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
2017년 6월 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 후임자로 윤 총장을 지명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면 그가 현 정권 핵심부로부터 한때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들에 대한 수사와 공판을 엄정하고 철저하게 지휘하여,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여 왔음. 합리적 균형감과 투철한 정의감, 풍부한 수사 경험과 해박한 식견, 치밀한 법리를 바탕으로 탁월한 지휘통솔 능력을 보여 왔고, 특히 법과 원칙을 지키며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직함으로 검찰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신망이 깊어, 일선 검찰의 수사를 총 지휘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
◆“우리 총장님” 예우 → “장관에 항명” 폄하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우리 총장님”이란 말까지 들으며 극진한 예우를 받은 윤 총장은,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옮긴 ‘조국’이란 또다른 문재인정부 실세와 충돌하며 현 정권과 멀어졌다. 자녀 입시비리 등 조 전 장관의 온갖 비리 혐의를 파헤치면서 윤 총장의 국민적 인기는 쑥쑥 올라갔지만 반대로 그를 향한 여권의 분노와 불만도 점점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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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사퇴 압박이 시작될 무렵 고뇌에 찬 표정으로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그가 손을 대는 사건들마다 청와대 및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급기야 올해 1∼2월 추미애 법무장관은 문책성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검사 상당수를 좌천시켰다. 추 장관은 “총장이 장관에게 항명을 했다”며 윤 총장 본인을 감찰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치더니 결국 이날의 수사지휘권 발동에까지 이르렀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는 미래통합당에 의해 차기 대권주자로 영입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는 윤 총장이 10% 남짓한 지지율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평소 “나는 정무 감각이 없는 사람”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해 온 윤 총장은 정계 진출 및 대권 도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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