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확인한 경찰관들은 눈감아줘
시동 켜진 차 안에서 발견된 시카고 경찰 총수 |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의 경찰 총책임자가 음주운전 혐의로 내사를 받다 해임된 지 6개월여 만에 문제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30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시카고 시는 전날, 에디 존슨(61) 전 시카고 경찰청장이 작년 10월 17일 오전 0시30분께 자택 인근 도로 위의 시동이 켜진 차 안 운전석에서 잠을 자다 교통단속에 걸린 상황이 담긴 동영상과 관련 문서들을 일반에 공개했다.
단속 경찰관의 몸에 부착된 바디캠으로 촬영된 이 동영상을 보면 2명의 경찰관이 존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양 측면으로 각각 가서 차 안에 손전등을 비추자 눈을 감은 채 운전석에 앉아있는 존슨이 보인다. 존슨의 차는 교차로의 일단멈춤 신호 앞에 5분 이상 서있는 상태였다.
운전석 쪽 경찰관이 차창을 두드리며 "괜찮은가"라고 상태를 묻고 신분증을 요구하자 존슨은 몸에 지녔던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차창 밖으로 내보인다.
신분증을 통해 문제의 운전자가 자신의 '보스'임을 확인한 경찰관은 "여기 계속 있을 건가, 집에 가고 싶은가"라고 정중히 묻는다.
존슨은 "괜찮다"고 답하고, 경찰관은 "그럼 알겠다"며 밤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난다.
단속 경찰관은 음주 측정 테스트를 하지 않았고, 존슨이 차를 몰고 집으로 가도록 허락했다.
에디 존슨 전 시카고 경찰청장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시카고 선타임스는 "시카고 시는 관련 동영상 단 1개만 공개했으나, 제보자에 따르면 존슨과 단속 경찰관들 사이 대화가 담긴 동영상이 더 있다"면서 "시카고 감사관실은 시카고 경찰청 내부에서 '보스'의 과실을 덮어주려 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시 존슨은 "최근 고혈압약을 바꾼 것이 건강상 문제를 일으켜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했다"고 해명했다가 추후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에게 "친구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반주를 곁들였고, 운전기사를 귀가시킨 후 직접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관실 조사 결과, 존슨은 자신이 승진시킨 한 여성 경찰관과 3시간 가량 레스토랑에 머물며 술을 마셨고, 이후 여성 경찰관을 차에 태워 경찰본부까지 데려다 준 뒤 집으로 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후 내사를 받던 존슨은 "12월 말일부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사실을 알게 된 라이트풋 시장은 "거짓말을 용서할 수 없다"며 은퇴를 한 달 앞둔 존슨을 전격 해고했다.
1988년부터 31년간 시카고 경찰청에서 일한 존슨은 2016년 4월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에 의해 경찰청장에 오른 지 4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30일 사설을 통해 "이 사건은 단순히 존슨의 불명예 퇴진에 관한 것이 아니다. 시카고 통치 문화(culture of governance)에 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카고 시장이 지금이라도 감사관실 조사 결과 보고서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면서 "시민들은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가 올바르게 행동했고 누가 그렇지 않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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