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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현대重-대우조선, 기업결합 1년째 '공회전'...그사이 조선업 '구조조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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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 1년 넘게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미뤄진 데다 경쟁국과 노조의 견제가 극심해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노조와 경쟁국 눈치보기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조선업계 경쟁력 회복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해양 주식 취득과 관련한 기업결합 신고서를 접수한지 1년이다.

현대중공업은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EU와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모두 6개국에 기업결합을 신청했다. 기업결합은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서 관련 산업에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에 따른 피해가 없는지 심사하는 절차다. 결합을 반대하는 나라가 나오면 그 국가에서는 영업을 할 수 없어 사실상 합병이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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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제공=현대중공업) 2020.06.30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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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국에 결합 신청..1년째 카자흐스탄 1곳만 승인

기업결합 심사에 돌입한지 1년이 지난 현재 기업결합 승인을 낸 곳은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 1곳이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지난 2014년 대우조선해양이 2조9000억원 규모의 원유생산설비 공사를 수주한 곳이다. 진행 중인 사업이 육상 플랜트라 해당 국가에서는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비교적 이른 시간에 결론이 났다.

나머지 국가들은 EU 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EU 집행위는 코로나19 여파로 심사를 유예했다가 지난 3일 재개하면서 기한을 오는 9월 3일로 제시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EU집행위는 이달 초 지금까지 분석을 토대로 한 중간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는 탱커,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에서는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됐지만, 가스선 분야에서는 우려가 남아 있다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가스선 분야로 범위를 좁혀 심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NG선 등 가스선 사업은 최근까지 우리 조선사의 독차지였다. 하지만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사업에 뛰어들며 국가간, 기업간 가격 경쟁을 벌이며 싼값에 품질 좋은 배를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세계 1,2위 업체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을 우려해 선주사들이 밀집해 있는 유럽에서는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력한 경쟁 업체가 줄어들면 선주사들 입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이 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유럽 해운업계에서 이같은 이유로 기업 합병이 자체 산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EU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發 '축포' 불구 조선업계 구조조정 돌입..심사 서둘러야

이 사이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한파가 들이 닥쳤다. 각 조선사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당사자인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1일부터 부서를 20% 줄이기로 했다. 첫 타깃은 조선·해양사업부다. 두 부서를 통합하고 기존 부서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원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적 경영환경 악화를 조직개편의 이유로 들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조직을 줄이고 있는 마당에 대우조선해양의 일감을 제대로 수주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속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기업합병을 반대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노조 측은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업 분할, 이에 따른 구조조정을 우려해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지금은 EU의 중간보고서를 확인할 수 없다"며 "중간보고서가 확인되는 대로 의견을 EU에 전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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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대우조선 노조원들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2019.03.08 alwaysa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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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 3사가 카타르와 23조원 규모의 LNG선의 슬롯 계약을 체결했지만, 축포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식 발주가 되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에 지금 가동을 중단한 조선소가 언제 가동될지 알 수 없다"며 "가동 되더라도 오는 2027년까지 수년에 걸쳐서 인도해야하기 때문에 한 순간 조선업의 부활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고 전했다.

조선업계는 경쟁력 회복을 위해 기업결합심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고, 필요한 경우 90일 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추가 검토 등을 이유로 120일을 초과할 수 있어 기간이 큰 의미는 없다.

한 대형 조선소 관계자는 "우리 조선업 경쟁력 회복과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우리 공정위에서 부터 먼저 결론을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EU의 결합심사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우리 역시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독점을 우려한 조건부 승인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10년 전 사례로 볼 때 80% 정도는 조건부로라도 승인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며 "현재 현대중공업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고 인수조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EU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EU 판단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경쟁국들도 결론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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