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승객 많은지 몰랐다던 해경, 교신에서 승객수 수차례 언급"

사참위, 해경 항공기 기장 4명 '업무상과실'로 수사요청

박병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초기 해경 항공출동세력의 구조 실패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직후 현장 구조에 나선 해양경찰 항공기 기장들이 선내에 승객 수백명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퇴선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이들 기장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사참위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초기에 출동한 해경 항공기 기장들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수사요청 대상은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일, 세월호가 완전히 전복되기 이전인 오전 9시26분~9시45분 사고 현장에 도착한 회전익항공기(헬기) 3대 및 고정익항공기 1대의 각 기장들이다.

사참위 조사 결과, 당시 항공기에는 "세월호 안에 350~450명의 승객이 타고 있다"는 내용의 교신이 반복해서 흘러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경ㆍ선박 등 모든 해상 수단이 24시간 청취해야 하는 초단파무선통신(VHF)과 무선통신(SSB)을 통해 오전 9시10분부터 10시 사이 세월호 승객 수와 "승객 절반 이상이 하선을 못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수십 차례 전파됐다.

사참위 관계자는 "교신이 나온 VHF와 SSB, 주파수공용통신(TRS)은 해경이 어떤 상황에도 청취해야 하는 통신이기 때문에 기장들이 이를 못 듣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수백명이 헬기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았음에도 당시 현장지휘를 맡은 항공기 기장들은 승객 하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참위는 또 참사 초기 구조 실패에 대한 1차 책임을 져야 하는 기장들이 2014년 해경123정장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일제히 허위 진술을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기장들은 "이륙부터 구조가 끝날 때까지 선내 상황에 대한 교신을 전혀 듣지 못했고 승객 수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511호기 기장 양모씨의 경우 구조 과정에서 '세월호'라는 선명조차 알지 못했다고도 했다.

사참위는 구조 '골든타임'이었던 당시 적절한 하선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결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승객들 수백명이 희생됐다는 결론도 내렸다. 사참위 관계자는 "당시 희생자들은 헬기 소리가 들리자 곧 구조될 것이란 생각에 차분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희생자들이 자구책을 찾아 선박을 탈출할 기회를 박탈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중대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사참위는 기장 4명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수사요청 하는 데 이어, 이들에 대한 지휘 책임을 갖고 있는 서해해양경찰청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사참위 관계자는 "참사 초기 항공구조 부분은 지휘 관할이 다소 복잡하게 돼 있어 별도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