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파이, 블록체인 기반 종합금융 플랫폼 될 것” 박도현 파이랩 대표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느린 속도와 높은 비용은 대중화를 막는 요소로 꼽히곤 한다. 바이프로스트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 디앱을 연결하는 솔루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개발코드를 퍼블릭 블록체인이 필요한 부분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구현해도 괜찮은 부분으로 나눈 것이다. 이를 통해 각 블록체인 플랫폼의 장점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바이프로스트는 블록체인 기술기업 파이랩이 추진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파이랩은 지난해 바이프로스트 개발을 마쳤고, 여러 행사에서 시연도 했다. 이제 바이프로스트를 활용할 킬러 디앱만 찾으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게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파이랩은 블록체인 업계가 장기간 어려움을 겪은 탓에 마땅한 디앱을 찾지 못했다.

얼마 전 박도현 파이랩 대표가 ‘바이파이’라는 디파이 서비스를 새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파이랩은 결국 바이프로스트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일까. 박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바이파이가 바이프로스트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파이랩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 박도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파이랩이 디파이 서비스를 만든 배경

파이랩은 바이프로스트를 활용할 기회 자체가 없다고 말한다. 미들웨어 플랫폼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트랜잭션을 일으키는 디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도현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을 텅 빈 고속도로에 비유했다. 그는 “2020년에는 킬러 디앱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바이프로스트를 개발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느린 발전 속도 및 업황 악화로 지금까지도 킬러 디앱이 전무하다”며 “현재는 고속도로가 생겼으나 자동차는 아직 개발이 안 됐고 마차만 존재하는 상황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파이랩은 바이프로스트를 활용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파이랩이 선택한 서비스는 디파이(De-Fi)다. 미국 블록체인 시장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박도현 대표는 “뉴욕 컨센서스, 샌프란시스코 블록체인 위크 등의 행사에 참석할 때면 디파이에 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며 “킬러 디앱에 관심을 갖는 한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암호화폐 비즈니스는 현재도 블록체인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분야로 꼽힌다”며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 바이프로스트와 다르게 디파이는 현존하는 모델을 바탕으로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어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디파이 서비스 ‘바이파이’

파이랩이 만든 디파이 서비스는 바이파이(Bi.Fi)다. 바이파이는 바이프로스트 파이낸스를 줄인 말이다. 파이랩은 기존 디파이 서비스와 바이파이의 차이점으로 플랫폼 확장성을 꼽았다. 박도현 대표는 “기존 디파이 서비스는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에 묶여 있어 다른 블록체인으로 확장할 수 없다”며 “바이파이는 바이프로스트를 활용해 다양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서로 블록체인 프로토콜의 자산을 예치 · 대출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는 바이파이 서비스에 암호화폐를 예치할 수 있다. 이자율은 각 암호화폐의 수요 ·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예치한 암호화폐를 이용해 다른 유형의 암호화폐를 대출받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자가 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예치했다면 이더리움, 테더 등 필요한 암호화폐를 7000만원어치 대출받는 식이다. 이때 대출 한도는 예치 금액보다 적다. 박도현 대표는 “모든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담보비율을 충족하는 선에서 대출을 제공한다”며 “예치한 자산의 가치가 담보비율 밑으로 내려가면 대출받은 암호화폐를 상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청산된다”고 말했다.

현재 바이파이는 비트코인과의 연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트코인에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도현 대표는 “비트코인의 가치에 강한 믿음을 갖고 있어 비트코인을 팔지 않으려는 사람도 많다”며 “이들에게 비트코인을 담보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후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예치 및 대출이 가능한 토큰의 유형을 늘리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연동하는 프로젝트는 ren BTC, wBTC 등도 있다. 박도현 대표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바이파이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서비스는 비트코인을 받고 이더리움 계열 토큰으로 바꿔주는 1:1 토큰 스왑 방식으로 운영돼 서비스가 망하면 투자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바이파이는 멀티체인을 구현하는 바이프로스트 위에서 작동해 예치된 비트코인이 제3의 커스터디 서비스로 보관되고, 비트코인 위에 만들어진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동되도록 할 수 있다”며 “바이파이가 사라져도 예치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랩은 라인 링크, 카카오 클레이튼 등 IT기업 주도 블록체인과도 적극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플랫폼이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링크와 클레이튼 역시 디파이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홍규 언체인 대표는 디스트리트와의 인터뷰에서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은 금융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도 인터뷰를 통해 “파트너사가 클레이튼 기반으로 디파이 서비스를 만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파이 사용자 유치 전략

파이랩은 많은 사용자에게 바이파이의 신뢰성을 어필한다는 방침이다. 박도현 대표는 “디파이의 첫 번째 가치는 신뢰”라며 “바이파이가 타인의 조작이 불가능하고, 투명하게 작동하는 서비스라는 게 증명이 된다면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옵티머스 펀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박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름도 모르는 기업이 발행한 사채에 투자해 지금과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며 “현 상황에서는 금융회사의 신용에 기대며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파이랩은 금융회사가 마음대로 위·변조할 수 없는 금융 솔루션을 제시해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파이랩은 다른 서비스의 마케팅 방식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초기 사용자 확보를 위해서는 마케팅 활동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도현 대표는 “최근 컴파운드는 F코인과 유사한 채굴 모델로 코인마켓캡 시가총액 20위권에 올라 인상적”이라며 “여러 해외 모델의 흥망성쇠를 차분히 지켜보다가, 안정적이면서도 우리에게 적합한 모델이 있다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진행 상황 및 향후 계획

최근 파이랩은 바이파이 베타 버전을 완성했다. 연말까지 소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박도현 대표는 “바이파이는 금융 서비스이기 때문에 돈이 오가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긴 기간 동안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에 정식 버전을 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파이랩은 내년 상반기에 바이파이 정식 버전을 출시해 단계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이랩은 미술품, 토지 등의 자산도 취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술품이나 토지 같은 자산을 담보로 암호화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박도현 대표는 “최근 미술품 소유권이나 토지대장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자산을 바이파이와 연계하면 새로운 이코노미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파이 서비스의 거래 규모가 늘어나면 보험, 펀드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종합금융 플랫폼이 되겠다는 게 파이랩의 비전이다.

[김도윤 디스트리트(D.STRE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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