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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배우는 재미에 배우해요"…'꼰대인턴' 김응수의 이유있는 전성기[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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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꼰대요? 저는 일절 아닙니다.(웃음)”

배우 김응수(59)가 데뷔 25년 차에 MBC 수목극 ‘꼰대인턴’을 통해 첫 미니시리즈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영화 개봉 13년 만에 ‘타짜’ 곽철용 신드롬 열풍을 맞은 데 이은 전성기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연봉 30만 원을 받으면서 무명 배우 생활을 버티고 달려온 긴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순간이다.

“35살에 첫 영화를 찍었다. 참고 견디면서 포기하지 않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특별한 게 없다. 갖고 있던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거다. 내가 꿈을 버리고 포기하는 순간 꿈도 나를 버린다.”

드라마 마지막 촬영 후 만난 김응수는 힘들었던 지난 시간의 경험들에 대해 늘어놓기보다는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제가 인기가 제일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극 중 ‘꼰대력’으로 무장한 이만식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드라마에서 딸로 분한 한지은(이태리 역)이 왜 김응수를 ‘쁘띠만식’ ‘만찡’이란 애칭으로 부르는지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젊은 후배들과 위화감 없이 어울리기 위해 김응수는 “무게잡지 않고 미친 척한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바보를 연기한다. 나를 낮춘다는 의미다. 괜히 바보인 척하고 그러면 사람들이 웃고 마음을 연다”는 그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 때문이라고. “내가 아는척 하고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현장은 어려워진다. 무게잡고 폼잡고 있으면 같이 호흡하는 배우들이 얼마나 힘들겠나. 현장의 긴장감은 작품의 적이다. 저 선배 너무 가벼운거 아닌가 할 정도로 계속 농담하고 웃는다.”

김응수는 배우 박근형을 보며 타산지석을 삼았다고. 그는 “박근형 선생님이 현장에서 그러신다. 제겐 하늘 같은 선생님이신데 연극하실 때 그렇게 웃기시다. 그러다가 본인의 무대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객석을 뒤집어놓고 나오신다. 그만큼 준비가 철저한 분이신 것”이라며 “그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돼야겠다 생각했다. 좋은 선배님의 영향인 거 같다”고 덧붙였다.

‘꼰대인턴’에서 김응수는 한때 꼰대의 정석에서 현재는 젊은 세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시니어 인턴 이만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꼰대력을 발산한 그는 대화라고는 전혀 통하지 않는 꼰대 상사의 전형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시니어 인턴이 된 후에는 짠내 나는 가장으로서의 애환을 그려내며 공감을 얻기도 했다.

김응수는 여전히 드라마의 여운이 남아있는 듯 보였다. “2월에 촬영을 시작해 코로나19라는 복병과 싸우면서 사고 없이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회상한 그는 “마지막 촬영 날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울었다. 저도 눈물을 참느라고 혼났다. 눈물 날까봐 해진이랑 서로 얼굴도 못봤다”며 훈훈했던 촬영현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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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는 가열찬 역을 맡은 박해진과 브로맨스 케미로, 이태리 역을 맡은 한지은과는 부녀관계로 극의 반전을 이끌며 활약했다. 특히 한지은에 대해 “친딸이라는 걸 4부에서 확실히 알게 된 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이 느껴졌다. 적당한 회차에 터져서 ‘아버지가 딸을 사랑해서 그랬구나’ 하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낸 거 같았다.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도 김응수는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만약 딸이 사위를 데리고 온다면 가열찬과 남궁준수(박기웅 분) 중 누구를 선택하겠느냐 묻자, 김응수는 마치 만식에게 빙의한 모습으로 “아 열찬이는 안되죠”라고 말해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사위가 된다는 건 패밀리가 된다는 의미이지 않나. 안 맞으면 큰 싸움 난다. 열찬이가 돈이 있냐. 준수라면 생각해보겠다”며 너스레를 떤 김응수는 “내 딸이 쥐뿔도 없어도, 아버지의 마음은 그렇다. 태리와 열찬이 ‘이만식씨가 장인어른이 될 뻔했다’라는 대화를 나눌 때 이만식이 폭발하는 장면도 연기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만식이 아닌 현실에서 김응수는 “나는 꼰대의 쌍기역도 안 어울리는 사람이다”라고 확신했다. 이유에 대해 “절대로 부모나 선배라는 이유로 타인의 인생에 참견하지 말자는게 제 신조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뇐다”라며 “이번 촬영장에서도 절대 후배들에게 연기에 대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았다. 지켜보는 편이다. 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점점 바뀌어가고 있는 거 같다.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한다”고 했다.

현시대에 ‘꼰대’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꼰대를 피할 수 있는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꼰대’라는 인간의 속성은 누구나 갖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다”며 “위에 사람들은 그 자리에 걸맞는 인격 수양을 해야 한다. 우리 기성세대가 공부해야 젊은 사람들한테도 관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응수 역시 그 누구보다 변화에 앞장서려 노력하며 역동적인 중년을 보내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게 행복하다는 김응수는 “젊을 땐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지 않나. 이제는 우주를 알겠고 인간을 알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겠다. 나이가 먹으면 그렇게 된다. 중년을 넘어서부터는 돈벌이 외에 가져갈 수 있는 즐거움을 빨리 찾아야 한다”며 현재 ‘배움’의 즐거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도울선생의 동경대전 강의를 들으러 간다. 딱딱한 내용이지만 강의를 듣고 깨달음을 얻고 나면 그 일주일이 즐겁다. 까먹으면 또 배우는 거다”는 그는 “평생 배워야 한다. 배우는게 좋아서 배우한다. 평생 인간을 연구해야하는 직업이지 않나. 지금 잘 가고 있는 거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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