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위원 압도적 다수 '불기소' 의견 부담
검사의 기소독점주의 변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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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가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함에 따라 윤석열호 검찰의 다음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심의위가 열리기 전까진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검찰은 기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심의위에서 압도적 다수 위원이 ‘범죄 성립이 안 된다’는 의견을 낸 사실이 공개되자 ‘검찰이 기소를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주말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중단ㆍ불기소 권고' 결정에 대한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금요일 오후, 세간의 예상보다 강력하며 지배적인(10대 3 의결) 의견이 나온 데 따른 검찰 내부의 충격을 가늠케 한다. 상황을 추스린 검찰은 29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이성윤 중앙지검장과 차장검사들이 모여 심의위의 의견을 따를 것인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의 입장이 정리되면 이 지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나 보고한 뒤 윤 총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두 수뇌부는 매주 수요일 정례보고 자리에서 만나지만, 사안의 중요성과 긴급성을 고려할 때 그 전에 별도의 대면보고 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尹 앞에 놓인 선택지 3개=윤 총장이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대략 3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심의위 의견을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하는 일이다. 이런 관측을 지지하는 의견에는 특별검사팀 때부터 윤 총장이 해당 수사에 참여해왔다는 점, 이 부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윤 총장의 스타일이 고려돼 있다.
이 경우 윤 총장이 내세울 명분은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법원의 이 부회장 등 구속영장 기각 사유가 될 수 있다.
또다른 선택지는 심의위가 '수사중단'까지 의결한 이 부회장은 불기소하고,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만 기소하는 방안이다.
검찰이 심의위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최소한의 체면을 유지하는 절충안이다. 다만 이럴 경우 일련의 범죄를 이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수사 결과를 스스로 뒤집는 것이란 점은 윤 총장이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선택지일 수 있다.
검찰 내부의 분위기나 윤 총장의 스타일, 제반 정황을 모두 고려할 때 가능성이 가장 낮은 선택지는 3인 일괄 불기소 처분이다. 1년이 넘는 기간 진행된 강도 높은 수사가 '무리한 것'이었음을 자인하는 격이다.
그러나 심의위 투표에 참여한 13명 위원 중 10명(77%)의 의견으로 '수사중단ㆍ불기소' 의견이 나왔다는 사실과 이에 영향을 받은 여론의 움직임, 정치권의 강력한 압박은 윤 총장이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일반인도 설득하지 못한 공소사실로 법원을 설득해 유죄 판결을 얻어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선 "수사심의위 남용 우려" 목소리도=지금까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수사심의위원회'라는 제도가 중요 사안의 핵심 결정기구로 떠오른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검찰 내부에선 나온다.
심의위는 애초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자칫 '기소배심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직 부장검사 A씨는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 복잡한 범죄 혐의에 대해, 일반 시민 10여명이 몇 시간 만에 유무죄를 판단한다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이런 식이면 복잡한 화이트컬러 범죄의 경우 너도나도 앞 다퉈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해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는 기소배심주의를 채택하지 않고 기소 여부 판단을 검사만 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취지에도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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