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 위반 폭행·연행 하루 만에 연달아 사망
시민 경찰서 앞 시위…언론·인권단체 투명 조사 촉구
인도에서 코로나19 봉쇄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후 숨진 부자. 아버지 J 자야라즈(왼쪽)와 아들 베닉스 임마누엘. 인디아투데이 기사 캡처 |
인도 남부에서 코로나19 봉쇄조치를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아버지와 아들이 하루 사이로 연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폭행과 고문이 원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판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는 등 인도 사회가 분노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28일 인디아투데이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지난 19일 타밀나두주 사탄쿨람 지역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던 J 자야라즈(59)와 그의 아들 베닉스 임마누엘(31)은 오후 8시 이후에도 가게 문을 열어 코로나19 봉쇄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가족과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20일 경찰이 가게를 다시 방문해 자야라즈를 바닥에 밀치고 때리기 시작했고, 아들이 이를 말리려고 경찰을 막아섰다. 결국 두 사람은 경찰서로 연행됐다. 가족들은 “경찰서 밖에서 비명소리를 들었고, 피 묻은 옷가지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가슴 통증과 고열에 시달리다 22일 경찰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아들은 당일, 아버지는 23일 숨졌다. 경찰은 “베닉스 임마누엘은 호흡곤란 후 심장마비로, 당뇨를 앓는 자야라즈는 호흡기 질환으로 숨졌다”고만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두 사람이 경찰의 무자비한 폭행과 고문으로 숨졌다고 했다. 병원의 초기 의학보고서에 따르면 두 사람의 골반, 무릎 등에서 가혹행위 흔적이 발견됐다.
인도인들은 분노했다. 지난 23일 타밀나두에선 1000여명의 시민들이 경찰서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 등 수천명은 트위터 등을 통해 해시태그(#JusticeforJayarajandBennix·자야라즈와 베닉스를 위한 정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도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구자라트주의 의원인 지그네시 메바니는 지난 26일 트위터에 “인도에는 조지 플로이드가 너무 많다. 경찰 폭력 이야기는 매우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마힌드라그룹 회장인 아난드 마힌드라는 27일 트위터에 “이는 나의 인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문제를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신속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조사뿐”이라고 썼다.
인도의 인권단체들은 경찰의 만연한 폭력 및 면책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도 국가인권위원회의 2017~2018년 연례 보고서를 보면 구금 중인 시민을 상대로 한 공권력의 폭력·고문은 하루 평균 15건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일어난 타밀나두주에선 1년간 경찰 구금 중에 76명이 사망했다.
타밀나두 주정부는 지난 26일 희생자 가족에게 200만루피(약 32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경찰당국은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으며 연루된 경찰관 2명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사건 초기 보고서가 경찰에 유리하게 작성된 데다, 가해자로 지목된 경찰관들은 체포되지 않은 상태여서 분노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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