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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반환점 앞두고 '시련의 계절' 윤석열…향후 입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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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반환점 앞두고 '시련의 계절' 윤석열…향후 입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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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검찰개혁 적임자로 윤 총장 임명해놓고 칼날이 정권 향하자 '윤석열 OUT' 외치는 정부와 여당"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민주당 초선 의원 혁신포럼’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말 대검 국정감사장에서 개회를 기다리는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민주당 초선 의원 혁신포럼’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말 대검 국정감사장에서 개회를 기다리는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연합뉴스


임기 반환점을 향해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지가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여권 인사가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가 하면 법무부와의 갈등도 점점 격화하는 분위기다.

검찰 내부에서는 불협화음이 새어 나온다. 감찰 문제 등을 놓고 일부 참모진과 의견충돌을 겪는가 하면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과도 마찰을 빚었다. 여기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지 말고 수사를 중단하라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권고가 나오면서 윤 총장은 '사면초가'에 처한 형국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다음 달 25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면서 정권의 전폭적 신임을 받았지만, 2년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재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인사청문회 당시만 해도 각종 의혹 제기에 윤 총장을 적극적으로 엄호하며 힘을 실어주던 여권과의 관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의혹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거치며 완전히 틀어졌다.

최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위증 교사 의혹과 이에 대한 감찰 문제를 거론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며 윤 총장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법무부와 갈등의 골 역시 점점 깊어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위증 교사 의혹과 관련된 진정사건 조사에 대한 자신의 지휘를 따르지 않는다며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직격탄을 날렸다. "법 기술을 부린다"는 감정 섞인 표현도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 내부 갈등마저 잇따라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윤 총장이 '손발이 묶인 채 고립됐다'는 말도 나온다.

작년 7월 취임과 함께 윤 총장을 보좌하던 '윤석열 사단' 검사들은 올해 초 좌천성 인사로 대거 그의 곁을 떠났다.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된 데 이어 최근에는 검언유착 의혹의 피의자이자 법무부의 감찰 대상이 됐다.


윤 총장 의중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채 새로 꾸려진 대검 참모진과 중요 사건 수사를 일선에서 지휘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내부 '견제세력'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최근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하자 "전문자문단 소집 논의와 결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지속해서 대검에 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수사팀과 검찰 지휘부는 수사 방식과 대상 등을 두고 견해차를 보여왔다. 이에 더해 수사팀이 이례적으로 대검과 검찰총장의 결정에 반발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잡음이 계속 증폭되는 모양새다.


윤 총장이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시절부터 공들여온 삼성 합병·승계 의혹 수사는 막바지 단계에서 연이어 타격을 입었다.

수사팀은 이달 초 의혹의 핵심인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 26일에는 이 부회장 측 요청으로 소집된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 의견을 내면서 1년 8개월 동안 이어진 수사의 정당성도 흔들리게 됐다.

검찰은 그동안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여온 만큼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고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검찰이 자체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결론을 내더라도 '삼성 봐주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윤 총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공수처장도 정권 입맛대로 임명하고 또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이리저리 흔들어댈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윤석열 총장을 임명해놓고 칼날이 정권을 향하자 '윤석열 OUT'을 외치는 정부와 여당"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배 대변인은 "국회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와중에 공수처법 처리까지 압박하고 있다"며 "이대로 공수처가 탄생한다면 유재수 감찰 무마,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같은 의혹이나 권력형 범죄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도 못하거나 공수처의 보호막 아래 어떻게 처리 될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법 제24조 2항에는 검경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수사 착수단계에서부터 공수처에 즉각 통보하도록 하는 독소조항까지 담겨있다"며 "현 정권의 의중을 충실히 이행할 사람을 공수처장으로 앉힌다면, 정권 마음대로 대한민국 사법체계까지 주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대변인은 또 "벌써 여당에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관한 야당의 비토권마저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며 "민주당의 백혜련 의원은 지난 1일 사실상 미래통합당의 공수처장 추천위원의 권한을 가져올 수 있는 법률개정안을 소리소문없이 발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회장악에 이은 사법장악 시도가 눈에 훤하다"며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 미래통합당은 행정부 견제라는 의회의 책무를 끝까지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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