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인국공 사태 '가짜뉴스' 탓
통합당 "절차상 문제 있어" 불공정 지적
청년들 "상대적 박탈감…정규직화 절차 공정하지 못해"
"평등 아니라 역차별" 정규직화 반대 靑 청원 25만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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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이 정치권으로 비화했다. 쟁점은 이 사태를 해석하는 관점이다. 여권에서는 정규직화 문제는 비정상의 정상화, 불공정이 아닌 공정, 가짜뉴스에서 비롯한 혼란 등 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정부 입장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 인국공 비정규직화는 채용기회 박탈이 아니라는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공정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취업준비생(취준생) 일각에서는 정규직화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국공 정규직화 반대 청와대 청원은 25만을 넘어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인국공 정규직 논란에 대해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들이 없어지고 사소하진 않지만 이런 일로 국민 혼란을 빠뜨리는 일을 더이상 하지 않도록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요즘 보면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인국공 사태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이 소위 '가짜뉴스' 등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제21대 국회의원 서울 광진을에 당선된 고민정 당선인이 지난4월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노룬산시장 인근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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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고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해 공기업 취업 준비생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가로채 간다'고 성토하고 '정규직 전환으로 연봉이 5000만 원대로 오른다는 가짜뉴스'가 언론에 유포되면서 갈등도 심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 일각도 '로또 정규직'이라며 비난에 가세하는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죄악시되고 말았다"면서 "차별을 없애고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왜 폄하하느냐"고 반문했다.
고 의원은 "공기업 입사가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같은 직장에서 같을 일을 해도 임금과 처우가 다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까지 비정규직이 떠맡는 사회가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취준생의 미래 일자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로채 간다는 논리는 부당하다 못해 매우 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을과 을의 전쟁'을 반기는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국공 사태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 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비판했다.
정규직 대상인 보안검색 요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청원경찰 분들은 교육을 받고 몇 년 동안 공항 보안이라는 전문 분야에 종사했던 분들이지 알바가 아니다"라며 "취준생 일자리를 빼앗는다는데 이것도 거짓이다. 정년까지 보안검색 업무만 하기 때문에 사무직 위주인 정규직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향해 "온갖 차별로 고통받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외면하고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겨 자신들의 뒷배를 봐주는 '갑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왜곡보도'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사정이 이런데도 왜 20만명이 넘는 분들이 국민청원에 서명을 했겠느냐"며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려는 보수 언론의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청원에 서명한 청년과 함께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싶다"며 "본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장관도 인국공 사태에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천국제공항 직고용은 청년들 채용기회를 박탈하지 않는다" 제목의 포스터를 공유했다.
포스터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접고용 전환 대상은 보안검색원으로 취업준비생들이 준비하는 일반직과 직렬이 다릅니다. 일반직 신규인력 채용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예정입니다. 이번 정규직 전환의 취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담겨있다.
조 전 장관은 이런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게시해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국회 본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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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래통합당은 '조국 사태'를 언급하며 인국공 사태의 본질은 '불공정' 이라며 비판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절차상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취직하려고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들이 허탈감이 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찾아가서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느라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김재섭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사태로 아빠 찬스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인국공 사태의 문빠 찬스로 절망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에 다녀간 2017년 5월12일이 채용 기준으로 설정됐다"며 "대통령 성은을 입은 당사자들이 취업준비생들이 밤낮으로 준비하는 시험과 무관하게 채용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불공정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로또채용이라고 분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했다.
김은혜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로 만들겠다는 1호 현장 공약을 고수하느라 청년들 취업전선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노력해서 얻고 싶은 정규직 합격을 왜 운과 로또에 기대게 만드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비 오는데 우산을 뺏는 정부. 문재인 정부는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다는 좌절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며 "정의로운 결과의 전제조건은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과정이 담보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노력에 따른 정당한 결과와 보상이 이뤄지는 사회지, 청년의 눈물로 자라나는 로또 사회가 아니다"고 했다.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한 공무원 시험 학원. 수험생들이 각자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김슬기 인턴 기자 sabiduriakim@asia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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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으로 비화한 인국공 사태에 청년들은 "본질과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중반 취업준비생(취준생) A 씨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그 절차는 제대로 지켜야 한다.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사실로 인해 정규직이 되는 것은 심각한 절차 위반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취준생 20대 B 씨는 "정규직화 하는 절차가 불공정하다"면서 "거기에 분노하고 있는데 가짜뉴스에 속고 있다고만 하니 분통이 터진다"라고 토로했다.
이들의 비판을 종합하면 과정의 불공정함이 이번 인국공 사태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비정규직들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신분을 옮겼는데 보안경비 요원만 공사에서 직접 고용하고, 특히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는 경쟁 없이 사실상 100% 고용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취준생 20대 후반 C 씨는 "비정규직 그분들의 노력과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정규직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공부에 집중도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청년들의 항의가 지속하고 이는 가운데 일부 취준생들은 일명 '부러진 펜 운동'에 나섰다. 이 운동은 인국공 사태로 비롯해 상실감을 느껴 아예 취업 공부를 하지 말자는 취지로, 필기구인 연필이나 볼펜을 부러뜨리고 그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공유하는 일종의 항의 시위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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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사태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막아달라는 지난 23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은 28일 오전 7시 기준 25만6,748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알바처럼 기간제 뽑던 직무도 정규직이 되고, 그 안에서 시위해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습니다."라며 "그러던 와중 이번 인천국제공항 전환은 정말 충격적입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국철도공사에서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 사무영업 선발 규모가 줄었다"며 "이것은 평등이 아니라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 이게 평등입니까?', '인천공항공사 청원경찰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원점으로 돌려주세요.', '기회가 공평하지않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중단하라', 등의 청원이 올라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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