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시위 참가자 백인이 과반…인식변화·코로나 여파 추정
흑인 인권운동가들 "고무적"vs"유행으로 끝날 것" 엇갈린 반응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주말 뉴욕에서 열린 시위 참가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백인 고학력 소지자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에선 시위 참가자의 61%가 백인이었으며 워싱턴에서도 65%로 집계됐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백인 시위 참가자 비율이 53%였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는 구호를 내세워 흑인의 인권 시장을 주장하는 운동에 당사자인 흑인보다 백인이 더 많이 참여한 모양새다.
시위에 참석한 백인들은 스스로를 진보 성향으로, BLM 운동에 동조했지만 이번 사태가 있기까지 크게 참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흑인을 차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생각이 바뀌어 참석했다는 이들도 있다.
워싱턴기념탑 앞에서 한쪽 무릎 꿇은 '흑인사망' 시위대 |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흑인 인권운동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들의 참여로 고무됐다며 반기는 목소리도 있지만, 단순한 유행은 아닌지, 또한 이들이 얼마나 지속해서 동참할지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여러 차례 BLM 시위를 조직했다는 체리시 패튼은 "앞줄에 백인들이 있는 모습을 보면 젊은 세대는 마음을 쓰는 것 같아 흥분된다"고 말했다.
'BLM' 운동을 조직한 운동가 중 한명인 오팔 토메티(35)는 백인들의 대규모 참가에 대해 "아름답다"면서도 "하지만 유행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게시물이 없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신념이나 행동도 사그라질까"라고 반문하고는 "내가 동네의 유일한 흑인 어린이였던 12살 때부터 이런 순간이 오길 기다려왔지만 이런 식으로 펼쳐질지는 몰랐다. 어쨌든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BLM 운동 브루클린 지부장인 앤서니 벡포드는 "이건 우리 싸움이다. 그들이 메시지 확산을 증폭하는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우리를 대신해 말할 수는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시위대가 조지 플로이드의 체포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
백인들의 참여에는 이들의 인식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백인 진보주의자들은 흑인에 대해 좀 더 호의적인 태도를 갖는 쪽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뉴욕에서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된 미셸 모란(18)은 백인이 많은 지역에서 성장했지만, 책과 신문,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법체계의 참상에 눈을 뜨게 됐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것도 백인 참가자가 많은 이유로 관측된다.
이민자 인권 보호 단체에서 일하는 아딜카 페멘텔은 코로나19로 흑인이 큰 타격을 입은 것과 달리 백인들은 의료 접근성이나 소득, 저축 면에서 사정이 낫다 보니 이런 가두시위에 참여할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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