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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제주항공·이스타항공, 딜클로징 코앞인데… 합병 ‘미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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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이스타항공 파산 임박… 플랜B 찾을 것”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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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딜클로징(거래 종결)기한을 3일 앞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ㆍ합병(M&A) 논의가 좀처럼 미궁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오히려 거래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시계제로 이스타항공

26일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나란히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양사의 인수합병과 관련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주주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규 이사 및 감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임시 주총에 발행 주식 총수를 1억주에서 1억5000만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 변경안과 신규 이사 3명 선임, 신규 감사 1명 선임 안건 등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두 가지 안이 모두 상정되지 않으면서 이스타항공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신규 이사와 감사는 계약상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지명하는 인물로 선임해야 하는데 제주항공이 후보자 명단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는 게 이스타항공의 주장이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7월 6일 임시주총을 다시 연다는 방침이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제주항공도 제주도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제주항공은 제주 시리우스호텔에서 김이배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기 위한 주총을 진행했다. 아시아나항공 출신의 김이배 대표는 이달 1일 취임한 바 있다. 9시 시작된 주주총회는 5분만에 속전속결로 종료됐으며 이스타항공 매각과 관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 대표는 취임사에서도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딜클로징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매각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히 줄지 않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금번 임시 주총 소집이 제주항공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보고 있다. 차후 매각이 수포로 돌아가더라도 이스타항공은 계약내용을 성실히 이행했으며, 불발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는 주장을 하기위한 포석이라는 것.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주총을 열기 전 이스타항공에서 제주항공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는 뉘앙스를 풍겼는데, 실제 주총을 연다고 하니 제주항공에서 답이 없었다고 공지했다”며 “막무가내로 이스타항공이 주총을 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이스타항공은 매각이 아니면 파산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올 1분기 자본총계는 –1042억원으로 전년 동기 –632억원 대비 대폭 늘어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또한 부채비율도 210%다. 조업비, 유류비와 함께 직원들의 체불 임금 등 각종 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이스타항공은 그야말로 파산 1초전의 시계제로 상황인 셈이다.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주총을 앞두고 체불임금 250억원 중 110억원을 매각대금에서 충당하겠다며 협상안을 제시한 것도 이스타항공의 다급한 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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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4월 27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서울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중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뉴시스 이스타항공, 악재 산적… 거래서 발 뺄까

이스타항공은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임론을 둘러싼 의혹과 노사갈등 등 문제가 부각되는 가운데 주총이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체불 임금은 매각작업의 가장 큰 뇌관으로 지목된다. 현재 이스타항공이 지난 2월부터 5개월이 넘도록 임직원들에게 미지급한 임금은 250억원대에 육박한다. 인수 금액 54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체불 임금의 부담 주체를 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체불임금 중 일부를 부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이 문제는 이스타항공의 현 경영진과 오너 일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외에도 양사는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선행조건과 셧다운, 고용유지지원금 미신청, 타이이스타젯 문제, 거래종결 시한 등에서도 견고한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이스타항공 측은 지난 3월 말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운항을 중단키로 한 것은 제주항공의 지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제주항공 측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해야 정부의 기업결합심사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셧다운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작년 12월부터 조업비, 항공 유류비 등을 장기 연체한 탓에 조업사와 정유사 모두 3월 말부터 조업 중단과 급유 중지를 통보받아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제주항공의 의견에 따라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애초 무급 휴직이 아닌 급여의 일정액을 지급해야 하는 휴업을 진행한 것도 제주항공의 지시였다는 게 이스타항공 측의 주장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방해한 적이 없으며 이스타항공이 자금이 없어 신청을 못한 것 아니겠느냐는 입장이다.

거래시한 종결을 두고도 입장차가 크다. 이스타항공은 전환사채(CB) 납입일이 30일인 점을 들어 29일이 딜클로징이라고 보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CB 납입일 기한은 임시적으로 정한 것일 뿐, 거래 종결 시한은 ‘미충족된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을 고려해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하는 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결합 심사 등 선결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만큼 하반기로 매각작업이 넘어갈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까지 나온다. 제주항공이 줄곧 인수 의지는 변함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스타항공의 생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고정비를 버티기 힘든 상황인만큼 오히려 제주항공의 합병 연장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스타항공측에서 불발 가능성을 대비해 정부 지원금을 받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플랜B를 모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귀뜸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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