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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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지도하던 제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 무용수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무용계 첫 미투(MeToo·나도 당했다)로 알려진 사건이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정종관 이승철 이병희)는 2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무용수 류모씨(50)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류씨가 피해자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 점을 남용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을 했다고 봤다. 1심과 같은 판단이다.
재판부는 "류씨는 제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인 반면 피해자는 학생으로 미래가 불투명하고 류씨 지시를 받는 불안정한 위치"라며 "류씨는 피해자의 대학 과정 교수로 이 사건 당시 보호감독자 지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류씨의 뜻을 거스르면 무대 경험을 습득하고 인적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게 되고, 지금 맺은 관계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류씨는 단지 사제지간 일 뿐 이성적 감정이 없는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수위 높은 성적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성추행을 당하고 선배를 찾아가 울면서 도움을 구했고, 거짓말할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해자는 성추행당한 이후에도 연습실에 나왔다가 추행을 당했고, 울면서 류씨에게 '그만 좀 하시면 안 되냐'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류씨의 추행 정도가 매우 중하고 죄질이 나쁘다"며 "평소 존경하는 류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매우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결국 무용가의 꿈을 접었다. 그런데 류씨는 어떤 피해회복 노력 없이 변명만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초범이라는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류씨는 2015년 4~5월쯤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인 A씨를 개인 연습실에서 네 차례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류씨는 국내에서 최고무용가상을 받고 무용단체 간부를 지내는 등 현대 무용계 내 권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에서 미투 열풍이 불었음에도 침묵하던 무용계는 무용인희망연대 '오롯'을 구성해 류씨 사건을 수면 위로 올렸다.
앞서 1심은 "류씨는 직업적 권위를 남용한 나머지 선을 넘어 피해자의 사적 영역을 침해했다"며 류씨가 피해자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 점을 남용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을 했다고 판단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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