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통제하는 수법
"모욕·학대하다 반전 통해 짝사랑 지속하게 해"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이하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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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 초강경 공세를 이어가던 북한 24일 돌연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두고 북한의 남한 '가스라이팅(gas lighting)'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25일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강공 드라이브와 갑작스런 국면전환으로 북한이 남한에 노리는 것은, 대내외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문재인 정부를 자기 맘대로 순응하게 만드는 길들이기의 목적이 크다"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군사적 도발 수위를 높이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대남삐라를 뿌리고 확성기 방송을 실행하면, 청와대와 문 대통령도 인내하기 힘든 임계 직전 상황에 몰린다"면서 "이후 김정은이 극적 양보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남한으로 하여금 여전히 북한에 대해 기대하고 애정을 갖도록 길들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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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는 "지금까지 '북한이 화낼만하다', '우리가 약속 안지킨거다', '미국탓이다' 라며 북한이 아닌 우리탓을 하면서 길들여지다가 이젠 김정은의 극적 애정표시로 다시 또 김정은에게 고마워하며 더욱 더 북한에게 잘해야 한다고 결심하게 하는 전형적인 길들이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상대를 모욕하고 학대하다가 순식간에 극적 애정을 과시함으로써 정작 학대당하는 상대가 다시금 북한을 사랑하고 기대하게 하는 고도의 심리적 가스라이팅 수법"이라며 "실제로 문재인 정부와 지지자들은 김정은의 극적 보류 결정에 긍정적 평가와 함께 역시 남북의 화해협력이 정당하고 가능하다는 대북 짝사랑을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앞서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총참모부가 예고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전격 보류시켰다. 북한군은 2년 만에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를 사흘 만에 다시 철거하기 시작했고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들은 대북전단 살포 비난 기사를 일제히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이 우려됐던 남북관계는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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