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실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흑인 청년이 위험에 빠진 백인 경찰의 목숨을 살렸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발생한 충돌사고로 순찰차에 갇혔던 백인 경찰이 한 흑인 청년의 도움으로 구조됐다고 보도했다./사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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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실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흑인 청년이 위험에 빠진 백인 경찰의 목숨을 살렸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발생한 충돌사고로 순찰차에 갇혔던 백인 경찰이 한 흑인 청년의 도움으로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21일 저녁, 펜실베이니아 주 유니온타운의 아버지댁을 방문한 데이런 맥리(31)는 집 밖에서 화염에 휩싸인 경찰차를 목격했다. 차 안에는 백인 경찰 제이 헨리가 갇혀 있었다.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지만, 차문이 찌그러져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본 맥리는 앞뒤 고민없이 곧장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뜨거운 불길 속에서 초인적 힘을 발휘해 차문을 뜯어내고 경찰을 구출했다. 구조된 경찰은 다리 부상으로 병원 치료 중이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맥리는 앞뒤 고민없이 곧장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고, 뜨거운 불길 속에서 초인적 힘을 발휘해 차문을 뜯어낸 뒤 경찰을 구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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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타운경찰서장은 현지언론에 “데이런이 현장에서 ‘그를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더라.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가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백인 경찰 과잉진압으로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미전역으로 항의 시위가 번진 상황에서 전해진 소식이라 동료 경찰들의 심경은 더욱 복잡했다.
한 동료 경찰은 “전국적인 시위로 힘든 상황이다. 나와 동료 경찰 모두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을 이해한다”면서 “경찰이라는 신분에 앞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민 맥리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특히 과거 맥리가 경찰 때문에 고초를 겪었음에도 도움을 건넨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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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리는 2016년 경찰의 거짓진술과 부실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AP통신은 당시 술집에서 시비가 붙었다는 여동생의 연락을 받고 달려간 맥리가 경찰에게 총을 겨눴다는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장 CCTV를 분석한 결과, 맥리는 주차장에 총을 든 채 서 있던 남성을 제압하고 총기를 빼앗아 내던진 뒤 현장을 빠져나갔을 뿐 경찰에게 총을 겨눈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누명을 벗었다. 오히려 경찰 측이 총소리를 듣고 도망가는 맥리를 향해 총격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누명은 벗었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1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그는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4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맥리는 “경찰이든 누가됐든, 그들이 내게 무슨 짓을 했든간에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누군가 불에 타 죽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맥리의 13살난 아들./사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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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경험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몇 달 전에도 맥리는 총을 빼들고 접근한 사복 경찰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 경찰 신분도 밝히지 않고 다가온 사복 경찰은 체포에 저항하는 맥리의 얼굴을 걷어차기도 했다.
그러나 맥리는 위험에 처한 경찰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경찰이든 누가됐든, 그들이 내게 무슨 짓을 했든간에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누군가 불에 타 죽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과 팔의 문신 때문에 자신이 더 위협적으로 보일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그는 “나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이기에 경찰을 미워할 수 없다”면서 “이번 일로 내가 경찰을 용서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영웅보다 정직한 사람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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