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간담회 / 정부, 기본소득 도입 난색에 / “지방정부에 징세권을” 역제안 / “고위 공직자 백지 신탁제도에 / 주식 외 부동산도 포함시켜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취임 2주년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마스크를 쓴 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을 위해 특수목적세인 ‘토지보유세’를 들고 나왔다. 지방세기본법을 개정해 시·도 지방정부가 ‘기본소득형 토지보유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지사는 또 적극적인 증세와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을 요청했다.
이 지사는 24일 민선 7기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도청사에서 가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정부가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기가 부담스럽고 자신이 없다면 시·도에 넘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신설을 제안한 바 있다. 이후 조세 저항 없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국토보유세 도입을 꼽아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등 기본소득 상시 도입에 난색을 표하자 “국세(국토보유세) 대신 지방세(토지보유세)를 신설해 지방정부에 징세권을 위임해 달라”며 역제안을 던진 것이다. 이 지사는 “최근 기본소득 문제는 재원과 (선별·보편) 지급으로 나뉘는데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려면 당당하게 증세를 얘기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기존) 재원을 가지고 하자는 것은 (기본소득이 아니고) 안심소득”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언급하며 “앞으로 부동산 정책은 (고소득자의 집) 크기와 가격에 집착하지 말고 보유세를 올려 다주택자를 겨냥해야 한다”며 “조세 저항을 막기 위해 국회가 법률을 개정하면 경기도는 효과적으로 시행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현행 백지 신탁제에 대해서도 “주식 이외에 부동산을 포함시켜 이해관계인의 정책결정권을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도 일부 해명했다. “사람들이 내게 ‘쇼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이 제도의 문제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과 기본소득을 둘러싼 ‘우파’ 논란에 대해선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면서 “마라토너인 내게 링에 올라와 싸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는 최근 자신의 정책과 발언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자주 비교되는 것에 대해 “제가 그분 정책을 따라하는 것도 많은데 (박 시장께서) 억울하실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 지사는 박 시장을 가리켜 인생 선배, 인권운동 선배, 시민운동 선배라고 표현했다. 이어 “제가 시민운동과 정치입문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신 분으로 잘 모셔야 할 분”이라며 “개인 능력도, 성과도 다 뛰어난 분인데 왜 이재명은 눈에 띄고 내가 한 건 눈에 안 띄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나온 ‘집합제한’ 행정명령에 대해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법률적으로 ‘집합금지’ 명령만 있는데, 규제 정도가 덜한 것을 찾다가 나온 용어라는 설명이다. 이어 “조치의 행정학적 성격이 행정명령인데 제가 그 용어를 쓴 이유는 지방정부도 독립된 명령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지사는 이날 도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게 대북전단 살포를 주장한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한 긴급 수사를 지시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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