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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볼턴 "이란에 우유부단한 트럼프 결사적으로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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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권 전복하는 게 유일한 해법" 초강경 적대 시각

"폼페이오와 사표 같이 쓰자고도 해" 우의 과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이란의 위협과 술수에 우유부단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고비 때마다 결사적으로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자꾸 협상하려는 '잘못된 방법'으로 가려는 안일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의 관료주의에 맞서 국익을 위해 끝까지 이를 바로잡으려는 '외로운 애국자'로 자신을 묘사했다.

반면에 이란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수차례 '변덕스럽고(erratic) 비이성적이다(irrational)'라고 표현했다.

또 이란과 엮인 긴급 사태가 일어나면 자신은 새벽 시간이라도 상황과 정보를 기민하게 파악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보고를 받은 뒤 대책을 묻는 의존적 인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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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앞)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G7 회의서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려 해"

그는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란 외무장관을 회의장에 전격 초청, 트럼프 대통령과 식사 자리를 주선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에 긍정적이었고 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연락책 역할을 했다는 게 볼턴 전 보좌관의 기억이다.

자신을 배제한 다른 '라인'을 통해 추진된 이란과 대화에 깜짝 놀란 그는 회의 중인 트럼프 대통령에 메모를 긴급히 전달했으나 "대통령은 그 만남을 확실히 원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의 호텔방에서 왜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지 말아야 하는지를 단호하게 말했다"라며 "나는 G7 행사장의 빈 회의실에 혼자 앉아 이 만남이 성사되면 바로 워싱턴으로 돌아가 사표를 내리라고 생각했다"라고 적었다.

이 만남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내가 그 만남을 유일하게 반대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가 그런 정말 나쁘고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또 할 수도 있을 듯하다. 단지 연기됐을 뿐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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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출간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미 무인기 격추에 반격 취소"…사표 쓴 계기

지난해 6월 19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미 무인기를 대공미사일로 격추한 직후 그와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이란 군시설 3곳을 폭격하자고 뜻을 모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했다고 기억했다.

볼턴 보좌관은 "그러나 공격 개시 시각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비례적이지 않고 이란인 150명이 죽을 수 있다는 과잉된 정보 분석을 접하고 이를 취소했다"라며 "여러차례 사임하려 했지만 이 일이 마음을 굳히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랜드 폴 상원의원이 지난해 유엔총회에 참석한 이란 외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두줄짜리' 사표를 써뒀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절차만 따지는 행정부의 관료주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이란에 대한 강력한 대응의 발목을 번번이 잡았고 이를 간파한 이란이 계속 '불량 행동'을 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책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긴밀한 공조와 '의기투합'을 여러차례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G7 회의에서 트럼프가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겠다는 말을 듣고 폼페이오에게 이를 전하고 사표를 내겠다고 하자 '나도 당신과 같은 편'이라고 답하더라"라고 주장했다.

또 이란 군기지 폭격이 취소된 뒤 실망한 폼페이오 장관과 사표 내기 전 먼저 서로 전화하기로 했다고 책에 적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회고록에 대해 22일 "그가 (기밀을) 누설하거나 상황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백악관) 회의에서 배제됐다"라며 "그 책에 일단 거짓이 잔뜩 포함됐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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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권 전복이 유일한 해법"

볼턴 전 보좌관은 이 책에서 이란이 테러를 지원하고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유일한 해법은 이란 정권의 전복이라고 밝혀 초강경 매파의 모습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는 "이란 외무장관은 뉴욕타임스에다 대고 트럼프가 이란과 대화하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비비(이스라엘 총리)와 빈살만(사우디 왕세자)와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그 아야톨라 정권(이란)을 전복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 압박이 이란의 행태를 바꿀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 정권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내 답이었다"라며 "완전한 정권 교체 만이 그들의 핵무기 획득을 막는 유일하고 궁극적인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란 정권을 교체한다는 생각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밝힌 대이란 정책의 방향과는 반대다.

그는 "이란에서는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데 하메네이(최고지도자)가 이 구호에서 뜻하는 '미국'은 트럼프와 존 볼턴, 폼페이오(미 국무장관)다"라고 적어 이란이 자신을 매우 까다롭게 여겼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이란을 최대 압박한다고 했지만 대이란 제재는 더 강력해야 했다"라며 "제재의 칼이 더 날카로웠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어냈을 것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는 신속하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광범위하게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재를 벗어난 교역은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동원해 혹독히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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