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남북미 회동 실무·2차례 대북 특사단 참여
기록 모두 있어…볼턴 왜곡 바로잡으려 책 낼 수도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관계 풀리기 기다리다 실기
남북 위기는 대북전단 먼저 푼 다음 돌파구 찾아야
한-미 연합훈련·전략자산 동원 등 긴장 조성 안 돼
지금 외교안보 라인 일거 교체하면 오히려 혼란 불러
김여정 카운터파트, 청와대 안보실 나서면 부담 커
한미워킹그룹, 대북제재 논의 넘어 순기능 살려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방과 넥타이, 신발만 있는 사물함을 보여주고 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윤건영 의원은 남북관계 관련 언론 인터뷰, 토론회 참석, 방송 출연 등으로 연일 바빠 짐을 풀지 못했고, 물건을 많이 쌓아두는 성격이 아니어서 사물함이 단출하다고 설명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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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사실은 볼턴이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란 것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말하며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책 팔려고 회고록을 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9월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전격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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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출마한 2012년 총선과 대선, 2017년 대선 때 문 대통령 곁에 있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며 각종 보고서를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윤 의원은 2018년 3차례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관여했고, 2차례 대북 특사단에도 참여했다.
―최근 북한에 실망한 국민이 많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년 동안 정말 많은 노력 속에 평화의 성과들을 차곡차곡 쌓아왔는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보며 이게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북한 모습이 일방적, 폭력적이다 보니 우리 국민 마음이 아프다. 1년 춘하추동 있듯 남북관계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지금은 겨울인데 이 시간을 단축시켜 항구적 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 과제다. 길이 없다고 주저앉아 버리면 한반도는 영원히 겨울일 수밖에 없다. 길은 분명히 있고 안 보일 뿐이다. 만약에 없으면 만들어 가야 한다.”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경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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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왜 이렇게 나온다고 보나?
“일단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중요하다. 표면적으로 대북전단 문제에서 비롯됐다. 북한이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니 출발은 대북전단에서부터 하는 게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 해답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왜 이러는지에 대한 분석이 많은데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북한이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다. 대북전단 살포다. 다음으로 북-미 협상 교착 국면이 본질인 것은 맞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우리 반응도 보지만 미국 반응도 보고 있다. 특히 북한군 총참모부가 네 가지 군사행동을 노동당 중앙군사위에 보고하고 비준받겠다고 했다. 왜 시간을 벌려놓았을까. 미국의 반응을 보려는 것이다.”
―미국이 11월 대선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수습 등에 여유가 없는데.
“물론 쉽지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에 승부를 보려 하지 않을까 싶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돌파구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미국이 반응을 보일 거냐 말 거냐는 워낙 다양한 층위의 반응과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장담하기 어렵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이제까지 메인이다. 당 중앙군사위 비준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하는 상황이 생긴다. 군사행동을 승인하더라도 고강도부터 저강도까지 다양할 거라고 본다. 승인하면 당연히 국면 전환인데, 그 열쇠는 북·미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 먼저 안보 태세는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 둘째, 위기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으로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셋째, 주변국과 공조다. 특히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해서 주변국에 대한 설득과 동의가 중요하다. 넷째, 치밀한 대응의 핵심은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외교안보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다. 다섯째는 남북관계를 새롭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남북이 할 수 있는 것도 합의했고, 해야 되는 것도 합의했다. 이제부터는 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가자. 합의된 내용은 반드시 실천하자. 해야 되는 것까지 다 합의하면 법제화·현실화에서 막힌다. 해야 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 새롭게 만들어가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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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을 원래대로 하자고 하고 미국 전략무기도 한반도에 재배치하자고 한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으니 대규모 연합훈련을 하자고 접근할 일은 아니다. 한-미 연합훈련은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연합훈련 그 자체가 북-미 협상, 전작권 전환, 방위비 분담금 등 다양한 요인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미 전략자산 동원이 필요하다고 한·미 당국자 간 동의가 이뤄지면 할 수 있으나, 지금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 만약에 우리가 미국에 요청하면 막대한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또 전략자산에 북한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 없다. 이 또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지 단편적으로 접근할 것은 아니다. 위협에 대응하는 비례성과 동시성이 중요하다. 북한이 10을 하는데 우리가 100, 200을 하자고 해선 무리다. 위기 국면에서 이런 태도는 온당치 않다.”
“내밀한 남북관계 과정을 공개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다만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이 두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잘 안됐다. 그럼 왜 안됐느냐? 대북제재 때문에 그렇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는데, 조금 더 깊게 보면 첫째, 북한의 ‘선미 후남’ 전략이 있다. 하노이 노딜 이후 가급적 미국 먼저, 한국은 나중이다 보니 남북 간 여러 가지 일의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둘째, 북한의 전략이 빅딜이다. 북한은 체제 안정, 한반도 비핵화 등 큰 이슈 중심으로 빅딜을 원했다. 한반도 비핵화 이슈는 북-미 관계가 가장 우선적으로 풀려야 하고 국제 질서에 의해 풀리는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남북관계가 제대로 나가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우리의 제안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예컨대 금강산 개별 관광, 남북철도 연결 사업 등이 있었다. 일련의 과정이 있었지만 반응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 와중에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을 세 번이나 했는데 2019년에는 왜 속도가 안 났느냐.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 축인 북-미 관계가 풀릴 수 있도록 우리가 기다린 측면이 있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6월30일 판문점 남북미 회담에서 `2~3주 내 북-미 실무협상 개최 합의’를 했는데 실제로는 10월에 북-미 실무협상이 열렸다. 북-미가 될 듯 될 듯 했다. 그 와중에 우리가 실기해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추진을 못 해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자동차는 앞바퀴는 북-미 관계, 뒷바퀴가 남북관계로 굴러간다. 2017년까지는 네 바퀴가 다 안 돌아갔다. 그러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뒷바퀴를 가동했다. 앞바퀴인 북-미 관계를 가동해서 자동차가 온전히 굴러가게 하자 마음먹고 2019년을 맞았다. 그런데 하노이 노딜, 6월 판문점 회동, 10월 북-미 실무협상 등으로 흘러갔다. 그 과정에서 뒷바퀴가 힘을 더 냈으면 했는데 아쉽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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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토론회에서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당선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보수언론은 북한 도발이 탈북자 의원 탓이냐고 보도했다.
“제가 문재인 정부 3년간 남북관계에 몸담은 과정에서 아쉬웠던 장면,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었다. 그중 세 번째가 4·15 총선이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는 ‘문재인 정부가 나름 과감하게 돌파할 수 있겠구나’란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다. 그와 동시에 탈북자 국회의원 2명 당선은 북한 입장에서는 또 다른 메시지였을 것이어서 인상적인 장면이라고만 말했는데, 일부 언론이 그걸 상당히 왜곡해서 보도했다. 우리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우리 진심을 의심할 만한 일이 몇 건 있었다. 예를 들어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진행되는데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했다. 우리는 방해할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북한은 우리 진심을 의심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냐는 얘기를 드린 것이다.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서 상황 관리가 대단히 중요하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과 북한 개별 관광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이틀 뒤인 5월12일 통일연구원이 <북한 인권백서 2020>을 펴냈다. 앞서 5월7일치 <국방일보>가 북한을 적으로 지칭한 보도를 했다. 이런 일들이 전체적인 틀로 보면 양해되고 별거 아닐지 몰라도 목에 가시처럼 걸리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다.”
―외교안보 라인 개편 주장이 있고, 일부 전문가는 통일부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눈치를 봐서 아무것도 못 한다는 지적도 한다.
“저는 지금 외교안보 라인의 인적 쇄신을 할 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람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위기 국면에서는 냉정한 상황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일거에 다 바꾸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국가안보실이 비대하다는 비판과 북-미를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는 주장은 상충된다. 조직 문제의 핵심은 부처 간 칸막이를 낮추는 것이다. 외교안보 시스템의 재정비는 이 칸막이를 어떻게 낮출 거냐는 고민이다(그는 비보도를 전제로 칸막이 사례를 설명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남북관계 전면에 등장했다. 우리 쪽 카운터파트는 누구일까?
“외교안보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재점검하면서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다. 다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좀 부담이 있다고 본다. 청와대가 다 짐을 지면 대단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김 제1부부장 카운터파트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나 안보실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9년 6월30일 판문점에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모였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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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볼턴이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란 것이다. 볼턴 회고록은 책 팔려고 쓴 것인데, 자기가 보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남북미 회담 실무를 맡았던 사람으로 할 말은 많지만, 세부적으로 공개하면 더 이슈가 될 것 같아서 참는다.”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의 걸림돌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미 워킹그룹에는 순기능이 있고 역기능이 있다. 워킹그룹이 제대로 기능만 한다면 시간 단축이 많이 된다. 대북제재와 관련해 미국과 협의하려면 국무부, 상무부 등등을 하나하나 찾아가야 하는데 워킹그룹이 있으면 한곳에서 해결된다. 이런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물론 지난해 대북 타미플루 지원 무산 같은 역기능도 있다. 결과적으로 역기능과 순기능의 핵심은 시의성과 속도를 맞출 수 있느냐인 것 같다. 한참 일을 하다가 지금 풀어야 하는데 워킹그룹 때문에 몇 달 꼬이면 역기능이다. 그런데 바로 일주일 내에 해결한다면 순기능이다. 우리 대한민국 외교 역량이 예전과 달라 완전히 일방적인 것은 없다. 우리 정부가 워킹그룹의 순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끌고 가야 한다. 그리고 워킹그룹이 유엔 대북제재만 심의하면 안 된다.”
―워킹그룹이 대북제재 말고 뭘 다뤄야 하나.
“워킹그룹이 한반도 비핵화의 방향을 이야기해보자. 평화경제 방향 같은 가치와 지향도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니 남북이 많이 속도를 내면 한반도 비핵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걱정을 했다. 제가 비건 대표한테 ‘북·미가 오른발이면 남북은 왼발이다. 사람이 한 발로 어떻게 속도를 내느냐. 우리는 오른발, 왼발 보조 맞춰 간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인식시켜야 한다. 그래야 워킹그룹의 순기능이 늘어나고 발현될 수 있다.”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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