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에펠탑 앞서 경찰에 목눌려 제압된 43세 배달원 질식사
프랑스 언론 현장 영상 입수해 보도…경찰, 반년 만에 뒤늦게 감찰 시작
유족, 마크롱 대통령에게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사용 금지 요구
지난 1월 프랑스 경찰에 제압되는 과정에서 숨진 세드리크 슈비아의 유족과 변호인이 23일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미국의 중년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로 숨진 것과 유사한 사건이 프랑스에서도 일어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관 네 명이 40대의 북아프리카 출신 배달원 남성을 제압하면서 목 부분을 눌러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 프랑스 경찰이 뒤늦게 감찰 조사를 시작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3일 세드리크 슈비아(43·배달원)라는 남성은 에펠탑 인근 케브랑리 박물관 앞을 지나다가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그는 네 명의 경찰관들에 의해 강제로 바닥에 엎드린 채 목 뒷부분이 눌려 체포되는 과정에서 일곱 차례나 "숨이 막힌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은 일간지 르몽드와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가 해당 장면이 촬영된 영상을 입수해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로 알려진 슈비아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면서 의식을 잃었고,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호흡도 맥박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에 제압된 지 이틀 만에 그는 숨졌다.
부검 결과 외력에 의한 질식과 후두부 골절이 확인됐다.
프랑스 경찰은 현장에서 이 남자를 제압했던 네 명의 경찰관을 지난 17일에야 입건하고 감찰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사건과 관련해 입건 당일까지도 별다른 징계나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찰관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해당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슈비아의 "숨이 막힌다"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 경찰관들에게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숨진 남자의 유족과 변호인은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경찰의 과도한 신체 제압방식의 폐지를 요구했다.
슈비아의 딸 소피아는 23일(현지시간) 파리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그 경찰관들이 왜 지금까지도 정직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목을 눌러 제압하는 방식이 왜 아직 금지되지 않았는지도 이해가 안 된다"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범죄 용의자의 목을 눌러 제압하는 방식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프랑스 내무부는 최근 이런 체포기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경찰노조가 강하게 반발하자 폐지를 유예한 상태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프랑스에서도 경찰의 집회 진압이나 범죄 용의자 제압과정에서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하는 관행은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날 프랑스 법원에서는 작년 '노란 조끼' 연속시위에서 한 62세 여성의 머리 뒷부분을 곤봉으로 두 차례 가격해 중상을 입힌 한 경찰관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프랑스 곳곳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북아프리카(마그레브 국가)의 구(舊) 식민지 국가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많은 프랑스에서는 특히 경찰의 인종차별이나 과도한 물리력 사용을 규탄하는 여론이 거세다.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일은 4년 전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 사망 사건이다.
트라오레(사망 당시 24세)는 2016년 파리 근교 보몽쉬르우아즈에서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를 거부하고 달아나다가 체포돼 연행된 뒤 갑자기 숨졌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도 그의 양손에는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다.
당시 체포에 나선 3명의 경찰관이 트라오레를 바닥에 눕히고 체중을 실어 올라탄 뒤 제압했다는 진술이 있었지만, 그의 죽음에 경찰의 책임이 없다는 최종 검시 결론이 최근에 내려지면서 프랑스에서 인종차별 규탄 여론이 거세게 확산하고 있다.
yonglae@yna.co.kr
지난 1월 에펠탑 앞을 지나다 프랑스 경찰에 제압되는 과정에서 숨진 세드리크 슈비아의 생전 모습. [유족 도리아 슈비아 제공·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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