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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서울 겨냥 분당 1000발…'볼턴 논란'에 北장사정포 다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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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 언급 ‘장사정포’는/ 북한 포병전력 2만6100여문 보유/ 방사포만 5500여문 달해 위협적/ 정밀한 동시탄착 사격력 떨어져/ 연평도 포격 때도 50%만 착탄

세계일보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무력화를 위한 선제공격시 북한 포병부대가 보유한 ‘장사정포’를 겨냥했다는 사실이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통해 알려지면서 북한 장사정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21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서부전선대연합부대의 포사격대항경기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무력화를 위한 선제공격 시 북한 포병부대가 보유한 ‘장사정포’를 겨냥했다는 사실이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통해 알려지면서 23일 북한 장사정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볼턴은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2017년 12월 7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선제공격을 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DMZ(비무장지대) 북측에 있는 북한의 포병부대를 대규모 재래식 폭탄으로 어떻게 공격할 수 있는지를 보고했다. 그 포병부대가 서울을 겨냥하고 있으나, 그곳을 공격하면 극적으로 사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을 물었다고 한다.

볼턴 회고록 속 이 대화에 등장하는 북한군 포병부대의 전력은 다름아닌 장사정포다. 장사정포는 말 그대로 장거리의 사거리를 둔 화포를 통칭한다.

북한군은 1980년대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대규모 기동훈련을 대폭 축소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휴전선 일대 ‘갱도화 작업’을 추진했고 장사정포의 진지 역할을 하게 된다. 1990년대 들어서는 갱도진지 구축이 더욱 활발해졌다. 이때 등장한 대구경화포가 170㎜ 자주포다. 여기에 방사포로 불리는 다연장로켓의 구경도 240㎜와 300㎜로 늘려왔다. 북한군 장사정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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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정포 갱도진지는 군사분계선(MDL) 북방 10㎞ 이내에 집중돼 있다. 갱도진지는 외형에 따라 동굴형, 터널형, 벙커형으로 구분된다. 170㎜ 자주포의 경우 산의 전사면(前斜面)과 도로 주변에, 240㎜ 방사포는 후사면(後斜面) 갱도진지에 주로 배치돼 있다.

북한군이 보유한 장사정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으며,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력 평가 전문기관인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펴낸 ‘2020 밀리터리 밸런스’에 따르면 북한은 2만6100여문의 포병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방사포만 5500여문이다. 그렇다고 2만6100여문이 모두 서울을 위협하는 건 아니다. 군 당국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위협할 수 있는 북한군 포병 전력으론 사거리 40∼60㎞ 수준인 170㎜ 자주포 150여문과 240㎜ 방사포 200여문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론상 포 1문당 분당 3발을 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이들 350문은 분당 1000발의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다. 군 당국은 북 장사정포가 시간당 1만여발의 포격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 발언을 꺼낼 때마다 ‘뒷배’로 거론된 건 바로 이 장사정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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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을 응실하는 존 볼턴(오른쪽).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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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1000만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어 북 장사정포가 소나기처럼 떨어질 경우 수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포탄에 의한 직접 피해 외에도 주유소, 도시가스관 등 화재위험시설 폭발로 인한 추가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장사정포에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가 실린다면 그 피해는 상상이 초월한다. 군의 ‘대화력전’ 수행능력이 북한군 장사정포 무력화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다.

물론 북한군 장사정포는 장거리 발사에 따른 재래식 탄두의 화력 저하가 단점으로 꼽힌다. 가령 분당 1000발을 수도권에 집중한다고 해도 위력이 상상이하일 수 있다는 얘기다. 군사적으로 포병의 위력은 ‘TOT(Time On Tatget·동시탄착) 사격과 같은 화력을 집중하는 형태의 표적타격이 핵심인데, 북한군은 이 대목에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은 170여발을 사격했다. 이 가운데 80여발이 연평도에, 90여발은 바다에 떨어졌다. 80여발 가운데 30%가 불발탄이었고, 해병대 연평부대 군사시설을 타격한 포탄은 30%에 불과했다. 포격 당시 사망자 4명은 모두 외부에서 포탄 파편에 희생됐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분석관은 “위력과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긴 하나 북한군 장사정포의 포격은 한반도를 공황 상태로 만들 수 있다”며 “볼턴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시 전방 포병부대 위협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러한 장사정포 군사적 위협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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