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워싱턴포스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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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여성 크리스털 키저(19)는 22일(현지시간) 오후 2시쯤 위스콘신주 케노샤에 있는 감옥에서 보석금 40만달러(약 4억8300만원)를 내고 석방됐다. 그의 범죄 혐의는 살인. 약 2년 만에 감옥에서 풀려난 키저는 지지자들이 보내온 편지들로 가득찬 봉투 2개를 들고 있었다. 그의 보석금을 내준 곳은 부당한 이유로 감옥에 간 수감자들을 지원해주는 ‘시카고커뮤니티본드펀드’(CCBF)였다. 40만달러란 돈은 최근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가혹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후 불평등한 형사사법 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움직임 속에 기부가 이어지면서 조성됐다. 키저는 어떻게 감옥에 갔고, 사람들은 왜 키저의 석방을 기다렸을까.
23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6월5일 키저는 1년 넘게 자신과 만나면서 성적 학대를 일삼아온 34세 백인 남성 랜달 볼라에게 총을 쐈다. 키저는 16살 때 온라인 성매매 사이트를 통해 볼라를 처음 만났다. 볼라는 키저에게 돈과 선물을 주고, 친구처럼 대해줬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키저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키저는 볼라가 자신을 성폭행했을 뿐 아니라 다른 남성과의 성매매를 강요했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볼라는 키저 이외에도 10여명의 흑인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했으며 2018년 2월 아동 성폭력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볼라는 체포 당일 풀려났다. 그의 집에서 동영상 등 명백한 증거가 나왔는데도, 그는 보석금도 물지 않은 채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했다. 때문에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검찰은 키저가 총기를 소지했고 총격 후 볼라의 집에 불을 지르고, 범행 후에도 페이스북 등에서 활동한 점 등을 들어 계획적 범죄로 규정했다. 또 볼라의 BMW 차량을 타고 도주한 것도 계획한 절도라고 봤다. 검찰은 방화 및 의도적 살인죄로 키저를 기소했다. ‘키저 사건’은 당시 ‘미투’(나는 고발한다) 운동 물결과 더불어 미국 사회의 큰 관심을 모았다.
키저에 대한 재판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키저는 자신의 사건이 위스콘신주의 ‘긍정적인 방어 법’에 해당하는지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긍정적 방어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오면 키저는 자신의 행동이 인신매매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매매는 위스콘신주법상 인신매매에 해당, 불법이다.
CCBF의 이사인 샤를린 그레이스는 “키저는 현 시스템이 막지 못한 사람으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며 “우리가 안전을 유지한다고 주장하는 시스템으로부터의 보호가 부족했기 때문에, 키저가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방어해야 했다”고 말했다.
키저의 보석금은 애초 100만달러였으나 올해 초 40만달러로 하향조정됐다. 키저의 가족은 당장 그 돈을 모을 수 없었지만 지난달 25일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형사사법 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키저를 위한 기부 및 응원의 메시지도 이어졌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현지 언론 케노샤뉴스에 따르면 지난 8일 케노샤카운티 법원 앞에는 60여명이 모여 키저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인 앨리슨 가렌은 “성적 학대자를 피하기 위한 시도를 처벌할 수 없다. 생존자를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 검찰혁신연구소의 연구원인 미셸 마이슨은 지난 12일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쓴 기고에서 “매년 수천명의 흑인 소녀들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다”며 “성매매에서 생존한 여성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형사사법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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