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르포]"마다할 이유 있나" vs "그냥 반짝 효과" 2차 재난지원금, 시장 민심 들어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역 상권 활력' vs '실제 효과 회의적'…여론 엇갈려

지난 4일 여론조사서 추가 지급 찬성 51.1%…간신히 과반 넘겨

아시아경제

23일 오전 서울 종로 광장시장 입구 모습. / 사진=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2차 재난지원금이요? 돈 준다는 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어요?", "저는 솔직히 받기 싫어요. 나중에 세금으로 얼마나 뜯어 갈지."


23일 오전 서울 종로 광장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긴급재난지원금 2차 지급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 상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생기를 잃은 지역 상권에 새 활력을 불어 넣어줄 거라는 기대감을 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지원금 지급에 드는 비용 대비 실제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오전 취재진이 찾은 광장시장은 인파가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한복거리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는 60대 A 씨는 "첫 재난지원금 지급 후 한 달 동안은 꽤 장사가 잘됐는데 지금은 다시 사람이 안 보인다"라며 "돈 준다는 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지원금을 또 준다면 저 같은 상인들에게는 좋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어물을 취급하는 60대 B 씨도 "지금이 엄청난 불황인데 일단은 살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소상공인을 돕는 정책이라면 저는 일단 찬성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기존 재난지원금의 혜택을 느끼지 못했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먹자골목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C(58) 씨는 "사람들이 한 번에 목돈을 받으면 옷 맞추거나 비싼 요리를 사 먹거나 하지, 이런 동네 시장까지 와서 재난 카드를 쓰지 않는다"라며 "그 돈으로 차라리 어려운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들 입장에서 재난지원금 효과는 장기적 효과가 아닌 반짝 효과에 그쳤다.


지난 12일 전국 60만여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4주째였던 6월 첫 주(1~7일) 동안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카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수준을 100으로 볼 때 98을 기록했다.


이후 전국 소상공인 카드 매출은 재난지원금 지급이 개시됐던 5월 둘째 주(11~17일) 당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급 후 한 달째가 되는 6월부터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재난지원금 경기 부양 효과가 확인되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시장 전반이 활력을 띄는 것이 아닌 결국 '반짝'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시아경제

23일 오전 서울 광장시장 먹자골목 한 통로는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2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4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1.1%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찬성한다고 답해 과반을 살짝 넘겼다.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급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40.3%였고, 잘 모른다는 답변은 8.6%로 나타났다.


상인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재난지원금이 추가 지급될 시 소비를 늘릴 의향이 있다면서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찬성 여부에는 반응이 엇갈렸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소비자 D(63) 씨는 "사실 첫번째 지원금을 한약 값을 내는데 거의 다 썼다"며 "만약에 (2차 재난지원금을) 준다면 이번에는 시장에 써 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40대 E 씨는 "저는 솔직히 받고 싶지 않다"며 "이게 결국은 다 세금으로 빠져나가지 않겠나. 나중에 얼마나 뜯어 갈지 누가 아나"라고 토로했다.


아시아경제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서도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두고 찬·반 목소리가 팽팽히 맞붙고 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일 총예산 10조3685억원 규모인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에 공식 건의한 바 있다.


이 지사는 22일 경기도의회 도정 질의답변에서도 "지원금을 거의 다 소진한 다음 달부터 국민들 사이에서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재난지원금 2차 지급이 어렵다면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김경수 경산남도 도지사는 지난 16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1차 지원금은 소비가 줄면서 소득도 감소하는 악순환 고리로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끊기 위해 지급된 것"이라며 "지금은 2차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실업 위기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한편 정부는 현재까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정부 합동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 "재정당국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저는 추가적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여건상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홍 부 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1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드릴 때 일회성, 한시적 개념으로 드렸던 것"이라며 "재정당국 생각으로는 유사 재원이 있다면 더 어려운 계층에 선택적,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2차 지원금 지급 문제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다"라고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