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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콘솔 게임 이모저모

‘선택적 일본 불매운동’ 중심에 선 닌텐도 스위치 정가 구매기…인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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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발매 1년 지났어도 줄 서고 웃돈 줘야 구매 가능 /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어린이부터 여성까지 두루 좋은 반응 / 아기자기한 구성, 스트레스 없는 형식에 인기

세계일보

약 한 달에 걸친 수소문으로 구매한 게임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후 이어진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될 일본 불매운동이 어느덧 1년여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우리 국민은 일본산 맥주를 비롯해 옷이나 생필품, 자동차 등 일상생활 속 불매운동을 펼쳤고 그 여파로 닛산 자동차 등 여러 일본 기업이 백기를 들고 철수를 선언했다.

반면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도 일본 게임회사인 닌텐도는 식을 줄 모를 열기에 완판·매진을 이어가며 ‘일본제품=불매’ 공식을 깨뜨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선택적 불매운동’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주장이 나온다. 특정 제품을 제외한 게임(기)나 자동차 등이 팔려나가는 현실을 반영한 의견이다.

일본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온 국민이 동참했다면 ‘선택적 불매운동’은 특정 분야의 일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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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들의 도움으로 정가에 구매할 수 있었다. 다만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구매하지 못했다.


◆닌텐도 스위치 정가 구매기…약 한 달 걸려 간신히

게임기 구매는 닌텐도 관련 기사를 본 한 10대의 의미 있는 항의에서 시작됐다.

일부에서 게임기 구매에 열을 올린다는 내용의 기사에 “직접 해보면 왜 그런지 알 것”이라며 모르면서 비판만 하지 말라는 메일을 받았다.

“얼마나 좋기에”라는 호기심에 구매를 위해 판매업체 등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제품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업체는 일부 판매점은 정가의 최대 2배가 넘는 가격에 팔고 있다며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걸 증명한다고 했다.

실제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격을 확인한 결과 정상 판매가에서 적게는 5만원부터 비싸게는 30만원 정도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1월부터 지금도 이어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이 문을 닫은 한편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한껏 뛰어오른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스위치를 정가로 구매한 지난 20일에도 가격은 한 달 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정가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정보 등을 수집했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 하다보니 게임기 구매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추첨 판매가 이뤄진 지난 4월의 경우 100여대 판매에 무려 1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게임기를 정가에 구매할 수 있었던 건 앞서 항의한 A군의 도움이 컸다.

‘통신원’을 자처한 A군이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 가운데 우연히 부모님과 집 근처 인근 대형마트를 방문해 게임기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이에 차를 몰고 30분 만에 도착했지만 모두 소진된 상태였다. 당시 마트에는 40대로 보이는 남성부터 10대 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있었다. 이 중 일부는 운 좋게 게임기를 구매했다.

마트에서의 게임기 구매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후 약 1시간쯤 지나 A군으로부터 제품을 정가에 파는 사람이 있다는 정보를 다시 입수. 약 한 달간의 게임기 구하기가 마무리됐다.

게임기 구매는 노력보다 운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기자에게 게임기를 판 여고생은 “작은 것(스위치 라이트)을 구매하려고 판다”고 말했다. 단순변심에 순간을 포착하지 못했다면 이날도 게임기 구매는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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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 열풍에는 인기 게임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은 기자가 만든 동물의 숲 캐릭터.


◆코로나19 ‘집콕’, 아기자기한 구성, 스트레스 없는 형식에 어린이, 여성까지 좋은 반응

발매 1년이나 지난 게임기가 이처럼 인기를 누리는 건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한 반면 어린이(초등생)부터 성인 남녀에 이르기까지 넓은 연령대의 인기를 얻은 게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나이를 밝히지 않았지만 ‘학생인데 알바해 구매했다’, ‘아이가 원해서 구매했다’ 등 연령대나 성별을 짐작할 수 있는 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마트에서 만난 한 40대 가장은 “자녀와 아내가 게임에 관심을 보여 구매할 수 있었다”며 “나만 원했다면 아마 카드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푸념 섞어 말했다.

또 일부 여성들도 약 한 달 전쯤 출시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란 게임에 관심을 보여 구매에 나서고 있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에 무인도를 꾸민다는 내용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또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스트레스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원인으로 보인다.

기존 게임 다수는 총을 쏴 상대를 죽이거나 괴물 등이 나오고 선정성, 반복성 이벤트, 과금 유도 등으로 일부의 불만을 샀는데 이 게임은 이러한 자극이 없고 목표 없이도 자유로운 진행이 가능했다.

또 자랑하기 기능 등이 있어 지인이나 타 유저와 교류를 하는 등 국내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에 초등학생도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부모들도 게임을 일부 허락한다.

특히 10대의 경우 남녀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어 ‘동숲’(동물의 숲)을 모르면 ‘아싸’(아웃사이더·원뜻은 사회의 기성 틀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을 말하지만 인기에서 벗어난 또는 인기 없는 등의 표현)가 된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기자에게 도움을 줬던 두 학생도 이러한 점을 언급했는데 “혹시 게임기가 없으면 학교나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당하나”라고 묻자 다행히 “주변에서 본 적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사춘기 유행에 민감한 10대들 사이에서 집단 따돌림 등이 예상됐지만 우리 학생들은 일본의 사회 문제로 지적되는 ‘이지메’(집단 따돌림)‘ 없이 건전한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게임기가 있으면 주변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받는다”고 했다. “게임기가 고가인 데다 구매조차 어렵다 보니 관심이 쏠린다”고 학생들은 설명했다.

기자에게 도움 준 A군은 “코로나로 게임방, 노래방 등의 출입이 어렵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조차 힘들다”며 “어떨 때는 온종일 집에 있는데 남는 시간 즐길 거리가 솔직히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게임기를 샀다고 공부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친구들도 비슷하다. 쉬는 시간 친구들과 게임하고 노는 게 큰 잘못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게임이 아니더라도 유행(대화의 공통주제 등)을 모르면 친구들 사이에서 아싸 취급을 받기도 한다”며 “나쁜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선택적 일본 불매’, 대체할 수 없는 좋은 건 쓴다

한편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당시에는 ‘일본제품=불매’라는 인식이 컸다면 1년여가 지난 최근은 대체할 수 없는 일본의 좋은 건 쓴다는 인식이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게임기, 카메라, 자동차 등이 그렇다. 앞서 철수한 닛산 자동차의 경우 재고차의 파격적인 할인을 진행하자 인기 트림(모델)은 순식간에 판매가 완료됐다. 현장에서는 “전화 문의가 폭주해 곤란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을 정도다.

카메라의 경우는 가성비가 커 대체가 어렵다는 이유가 크다. 해외 다른 제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고 기능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의 게임기는 10~30대 젊은 층에 인기를 얻는데 국내에서 대체할 제품이 없고, 해외 제품인 XBOX의 경우 게임이 적다는 이유로 외면받는다.

일본 불매운동이 지금도 계속되지만 일부는 생활 속 꼭 필요하거나 원하는 제품에 한해 아쉬운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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