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SS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임경근 선임연구원이 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유기 트랜지스터를 선보이고 있다/사진=표준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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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면을 접는 폴더블폰, 돌돌 말아서 보관할 수 있는 TV 디스플레이 등과 같이 유연한 스마트기기 개발에 핵심소자인 유기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이를 통해 제품의 성능 향상과 함께 차세대 스마트기기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임경근 선임연구원, 독일 드레스덴 공대, 홍콩 중문대 등으로 이뤄진 국제공동연구팀은 비싸고 복잡한 공정 없이 간단한 전기화학적 공정만으로 유기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으면 기존 수평 방식의 유기 트랜지스터보다 구동 속도가 빨라지고 구동에 필요한 전압을 낮출 수 있어 결과적으로 정보처리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 한 면만 접었다 펼 수 있게 만들어졌다. 디스플레이 전체를 구부리고 늘려 손목시계처럼 차고 신문지처럼 둘둘 말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기 내 탑재되는 정보처리·저장 반도체 소자, 배터리 등의 모든 부품이 유연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정보를 처리·저장하는 반도체 소자인 트랜지스터의 성능에 따라 스마트기기의 성능이 결정된다. 이를 상용화를 위해선 값싸고 유연하며 고성능인 트랜지스터 개발이 필요하다. 트랜지스터의 성능에 따라 디스플레이의 반응 속도, 컴퓨터의 처리 속도, 데이터 저장장치의 용량, 전력 소모량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존 유기물 기반 유기 트랜지스터는 가볍고 유연하며 소재의 가격도 저렴해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하지만 무기물 반도체보다 구동 전력이 크고 반응시간이 느려 트랜지스터로서 성능이 제한돼왔다.
대다수 기업과 연구소 등은 반도체 소자를 조밀하게 배열하기 위해 포토리소그래피, 관통전극 등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하나의 소자를 깎고 붙여 만드는 수작업과 같아서 기술 난이도가 클뿐더러 비용이 많이 든다. 또 무기 반도체에 적용되는 기술로 유기 반도체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 수평구조(위)와 수직구조(아래) 트랜지스터의 구조적 차이에 의한 전자이동 거리 변화 (흰색 화살표)/사진=표준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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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현장에 사용되는 대표적 전기화학적 공정인 아노다이징에 주목, 전계효과 트랜지스터(FET)에 응용했다. 아노다이징은 수용액에 알루미늄 전극 패턴이 포함된 소자를 담그고 전압을 인가해 전극 표면에 일정한 형상의 산화알루미늄 산화막을 생성하는 공정이다.이 방식을 사용하면 전기화학적 처리만으로 나노미터(nm) 간격으로 미세하게 배열된 반도체 소자의 전극을 손쉽게 제작하고, 전자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수직구조 트랜지스터 성능을 향상할 수 있다. 연구팀은 또 기존의 깎아내고 붙이는 방식이 아닌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 구조체를 아래에서부터 쌓는 방식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기술을 통해 수직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이는 수평 방식의 유기 트랜지스터보다 최대 구동 속도가 100배 증가했고, 구동 시 흐를 수 있는 최대 전류는 1만 배 증가했다. 또 구동에 필요한 전압은 3분의 1 정도 감소했다. 이 같은 테스트는 p형 반도체, n형 반도체, 저분자와 고분자 등 유기 반도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균일한 결과를 얻었다.
임경근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궁극적으로 형태가 자유롭게 변하는 디스플레이, 센서, 반도체 소자와 같은 차세대 스마트기기의 개발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에 게재됐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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