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쓰인 '트럼프 발언' 기밀 해당… 415곳 수정·삭제 필요 / 한반도 사안에서만 110개 넘는 수정·삭제 의견 제기 / 북한 의식한 수정 주문도 / 볼턴, 백악관 주장 다 수용한 것 아냐
백악관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판을 막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이를 기각했다. 사진은 백악관이 회고록 수정·삭제 요구를 정리해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 연합뉴스 |
미국 백악관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해 400곳 이상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볼턴 회고록에 쓰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모두 기밀에 해당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책 내용 중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 삭제 의견이 제기됐다.
볼턴의 책에는 남북, 한미, 북미 정상간 논의내용과 고위급 인사들의 대화가 담겨 있는데, 진위를 떠나 이를 책에 담는 것 자체가 외교적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장 볼턴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도 한미 균열과 북미관계 악화를 우려한 듯 아예 문장 자체의 삭제를 요구하는가 하면, 단정적인 문장에는 ‘내 의견으로는’, ‘알게 됐다’라는 식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주문했다. 마치 볼턴의 주장이 미국의 입장인 양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워싱턴=AP연합뉴스 |
북한을 의식한 듯한 주문도 있다. 볼턴이 애초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표현한 부분은 백악관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로 바뀌었다. 또 볼턴이 포렌식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규모와 범위에 관한 중요한 결과를 추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백악관은 이런 일이 북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표현을 넣으라고 주문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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