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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코웨이는 어떻게 렌탈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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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야사-41] 안녕하세요? 매일경제에서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이덕주 기자입니다. 그동안 저는 매일경제 특별취재팀에 파견을 나가 있어서 지난 2주간 중기야사를 마감할 수 없었습니다. 기다려주신 독자분들께 다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가전제품 회사는 어디일까요? 너무 쉬운 질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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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교수님~ 정수기~ 광고하게 될 줄 알았어~. /사진=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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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가전제품 회사인 LG전자(옛 금성사)가 H&A(냉장고, 세탁기 등)와 HE(TV, 뷰티기기) 부문을 합쳐 지난해 매출 37조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1위 전자회사인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이 매출 44조원을 냅니다. 두 회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톱 레벨 기업입니다.

그다음으로 3위는 옛 대우전자인 위니아대우와 김치냉장고 딤채를 판매하는 위니아딤채를 보유한 대유그룹입니다. 두 회사 매출을 합치면 약 2조원에 이릅니다. 위니아대우와 규모가 비슷한 회사로는 에어컨으로 유명한 캐리어가 있습니다(매출 6700억원). 캐리어는 오텍그룹이라고 하는 중견그룹 계열사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가전제품(TV, 냉장고, 세탁기)이 아닌 정수기, 공기청정기까지 범주를 넓히면 새로운 회사 하나가 떠오르는데요. 바로 코웨이입니다. 지난해 매출 3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정수기로 너무나 익숙한 코웨이는 정수기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를 렌탈 형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3조원이면 빅2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바로 아래에 코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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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전시장은 삼성과 LG 두 회사가 양강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렌탈과 방문판매를 함께하는 회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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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처럼 렌탈을 중심으로 생활가전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청호나이스(3650억원), 웰스(2100억원)가 있고 렌탈과 일반가전 양쪽에 걸쳐 있는 회사로 SK매직(8500억원)이 있습니다. 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전자도 쿠쿠홈시스를 통해 렌탈 사업을 하고 있는데 두 회사 매출을 합치면 역시 1조원이 넘습니다.

위닉스(3862억원), 쿠첸(2000억원), 한일전기(2000억원) 등이 중견기업으로 가전사업을 하고 있고 그 이하는 중소기업 범주에 들어갑니다. 파세코(1804억원), 신일전자(1458억원), 하츠(1123억원), 해피콜(1000억원), PN풍년(545억원), 유닉스전자(498억원), 보국전자(280억원), 자이글(297억원) 등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중소 전자제품 회사들입니다. 다이슨, 샤오미, 필립스, 하이얼 같은 외국 가전회사들도 이 시장의 중요한 참여자입니다. 이들 회사 국내 매출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정수기 렌탈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박' 터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웨이, 청호나이스, 웰스가 전통적인 정수기 렌탈 업체인데 여기에 LG전자, SK매직, 쿠쿠가 가전회사로 참여하고 있고 유통회사인 현대백화점그룹도 '큐밍'이라는 브랜드로 정수기 렌탈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루헨스(원봉), 퓨리얼(피코그램) 같은 정수기 전문 중소기업들까지 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회사는 공통점으로 매출 3조원으로 1위 업체인 코웨이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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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6월 4일 동아일보에 실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 모집 광고. 브래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은 지금의 보험이나 자동차 영업사원처럼 세일즈의 꽃이었습니다.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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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에 대해 얘기하려면 웅진그룹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코웨이 하면 '웅진코웨이'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웅진그룹은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영업사원이었던 윤석금 회장이 1980년 만든 출판사 '혜임인터내셔널'에서 시작했습니다. 1983년 회사명을 '웅진출판'으로 바꾼 후 '어린이마을' '웅진아이큐'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이 회사는 1987년에는 65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합니다. 만들어진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회사가 당시 출판업계 1위인 동아출판(455억원)보다 매출이 컸던 것입니다.

웅진그룹은 출판에서 나오는 현금을 통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했는데요. 바로 화장품과 정수기였습니다. 웅진출판이 공격적인 세일즈맨 제도를 통해서 성공을 거둔 것처럼 화장품과 정수기도 방문판매를 하는 영업사원이 중요한 사업이었습니다. 웅진그룹이 합작으로 1988년 만들었던 코리아나화장품은 IMF 때 지분을 정리했고 지금도 독립적인 기업으로 남아 있습니다.

코웨이가 1998년 렌탈사업에 처음 진출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예전 신문을 뒤져보면 코웨이는 처음부터 렌탈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렌탈이라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렌탈 방식이 본격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1990년 4월부터 정수기를 본격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웅진은 순식간에 1위를 차지합니다. 1991년 당시 이미 정수기가 150만대 이상 보급되었고 300개 업체가 250개 정수기를 판매하는 레드오션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 1994년에는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1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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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5월 8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코웨이 광고. /사진=뉴스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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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로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정수기 판매도 직격탄을 맞습니다. 실업자가 속출하면서 당시에도 100만원 넘었던 고가 정수기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웨이는 두 가지 제도를 도입하는데요. 하나는 렌탈이고 다른 하나는 코디(코웨이 레이디)입니다.

코웨이는 렌탈을 통해 100만원 넘는 정수기를 월 2만7000원 정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렌탈한 정수기를 관리하는 일을 AS 직원이 아닌 여성에게 맡기고 이들에게 '코웨이 레이디(코디)'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이들은 AS 직원이지만 동시에 방문판매 사원이었습니다. 그동안 정수기 영업은 주로 남자가 맡고있었는데 주 고객인 주부들과 같은 여성을 영업사원으로 채용한 것입니다. 웅진그룹은 웅진출판 학습지 사업을 통해 여성 방문판매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 제도는 엄청난 효과를 냅니다. 웅진이 정수기 사업을 하는 약 9년 동안 판매한 정수기 40만대 중 절반인 20만대를 불과 1년 반 만에 팔았기 때문입니다. 렌탈 방식 판매가 폭발적인 수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정수기 렌탈(임대)은 1998년 웅진코웨이 전에도 존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도 정수기를 할부 구매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어째서 코웨이가 시작한 렌탈은 다른 회사들과 달리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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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는 2000년 당시 최고 모델인 이영애를 광고모델로 영입했습니다. 그는 2016년에는 교원웰스 정수기 모델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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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타이밍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IMF 직후 시점에 1위 사업자가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에 렌탈 상품을 내놨던 것이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또 여성 방문판매 사원인 코디를 통한 영업방식이 렌탈 비즈니스 모델과 시너지를 냈습니다. 일단 고객에게 물건을 팔 때 모든 현금이 들어오는 일시불 판매와 달리 정수기 렌탈은 언제든지 고객이 이탈할 수 있습니다. 의무 사용 기간을 부과하지만 중간에 해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객 집에 직접 방문해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 코디의 영업 방식은 고객 이탈을 방지했습니다. 또 친분이 쌓인 여성 고객은 다른 고객들을 소개해줬기 때문에 영업 확장도 쉬웠습니다. 코웨이가 렌탈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렌탈 방식이 전부가 아니었고 웅진그룹이 축적해온 고유한 영업 방식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코디와 같은 방문판매 영업망은 시장 방어를 위해서도 좋았습니다. 이런 영업망은 쉽게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을 비롯한 경쟁사들이 따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LG전자는 1980년대에 정수기 사업에 진출했지만 철수와 재진출을 반복하는 등 여전히 코웨이에 밀리고 있습니다. SK매직 같은 회사들은 백화점이나 전문 매장 같은 일반적인 가전제품 채널을 통해서만 정수기를 판매하다가 몇 년 전부터는 방문판매를 직접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하는 청호나이스, 방문판매 노하우를 가지고 2003년 정수기 렌탈 시장에 진입한 교원그룹 정도가 코웨이와 가장 유사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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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히어로도 좋아하는 청호나이스 얼음정수기. /사진=청호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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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 대성공을 거둔 코웨이는 웅진그룹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됩니다. 2000년 웅진코웨이 정수기 시장점유율은 68%에 달했고 지금도 5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웨이는 정수기와 비슷한 형태의 환경가전들을 도입해 매출을 꾸준히 늘립니다. 공기청정기, 비데 등이 대표적입니다. 코디라는 방문판매망에 새로운 제품을 더하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06년 기준 웅진코웨이 매출은 1조1177억원, 영업이익은 1122억원을 기록합니다. 2019년에는 매출 3조원에 영업이익 4582억원을 기록합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갖게 된 웅진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또 신사업에 진출합니다. 2006년 당시 가장 뜨거웠던 산업이 건설과 태양광이었는데요. 이 두 가지 신사업에 뛰어든 것이 결국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목요일 (하)편에서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덕부 벤처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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