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시선집중] 비영리 자선단체는 기부자와 공감대 형성하고 회계 투명하게 공개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호윤 공인회계사 인터뷰

중앙일보

시민단체의 자금운용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다. 정부도 관리·감독 강화로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감독 기능을 갖추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 지적과 함께 투명한 회계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최호윤(사진)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를 만나 건강한 기부문화가 자리 잡기 위한 방안을 들었다.

30여 년간 비영리단체 회계 전문가로 활동해왔는데 비영리 회계만의 특성은 무엇인가.

“이익이 목적인 영리법인과 달리 비영리 회계는 기부한 사람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 만일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기부자가 나서서 개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비영리 단체는 기부자와 공감대를 폭넓게 형성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대형 기부 스캔들이 터지면서 건전하게 활동하는 단체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반복되는 기부금 스캔들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부 시민단체의 회계 비리 사건 때문에 기부문화가 위축돼서는 절대 안 된다. 한국의 기부자는 좋은 일을 한다는 자기 만족도는 높지만 사회 변화에 대한 참여도는 낮은 편이다. 기부한 것 자체로 만족하고 끝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기부자가 낸 돈으로 사회가 변화되는 과정에 기부자도 참여한다는 의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자선단체는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후원자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몇몇 인사만 참여해 중대한 자금운용 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랫동안 국세청에 결산공시 양식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자선단체들과 함께 전달한 거로 알고 있다. 미국 국세청의 결산공시와 어떤 점이 다르고 개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규제가 하나씩 더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부처마다 보고해야 할 양식도 다르다. 비영리단체 기부문화를 총괄하는 통일된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보 이용자의 혼란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실무자가 아닌 기부자의 관점에서 양식을 만들고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 회계는 단체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공개할 수 있을 만큼 투명해야 한다. 대부분 비영리단체가 홈페이지에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후원약정 계좌를 알려주는 데 그치고 있다. 기부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자세한 사용처에 대한 내용이 어디를 찾아봐도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국세청에 보고하는 의무적 내용보다 후원자와 충분하게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글로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숫자로 홍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도 올해부터 기부금 20억원 이상 단체는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됐다. 공익법인이 미국처럼 신뢰성을 얻기 위해 정부나 시민사회단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시민과 더불어 가기 위해 미국 사례와 같이 후원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결산공시 양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국세청도 철학을 갖고 기부자가 원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기부자가 이해하기 쉽고 단체는 소통하기 쉬운 양식을 만들어 한국의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중앙일보디자인=송덕순 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