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윤 총장 거취 언급 없이
추미애·윤석열에 인권수사 당부
이해찬도 최고위서 입단속 지시
당내 사퇴론 잦아들지는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테이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이재갑 고용노동부·정경두 국방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문 대통령. 변선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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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을 휘감아 돌던 여권발(發) 소용돌이가 일단 수그러들 기미다.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협력을 말하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이름조차 거명 말라”고 지시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났다. 오후 2시부터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다. 문 대통령이 어떤 얘기를 할지, 2월 6일 이후 137일 만에 만나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민생 치안과 관련해 각자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히는 정도로 협의회는 끝났다. 법무부와 검찰 간 확전은 없었다. 되레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거취 논란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앉은 자리도 멀었다.
협의회 시작 직후 문 대통령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주 법무부와 검찰에서 동시에 인권 수사를 위한 TF(태스크포스)를 출범했다”며 “권력기관 스스로 주체가 돼 개혁에 나선 만큼 ‘인권수사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 보이스피싱 척결 등 다양한 이슈가 있던 와중에 특히 법무부와 검찰을 콕 집어 언급하며 협력을 얘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후속 조치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특히 공수처가 법에 정해진 대로 다음 달에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등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 정도가 전부였다.
회의를 마칠 때도 문 대통령은 예민한 이슈에 대해 언급 없이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긴장이 느슨해지면서 부패행위가 일어나는 일이 과거에는 되풀이됐 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공직사회가 긴장을 잃지 않고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강도 높고 강건한 의지를 다져 달라”고 당부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 거취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말라”며 다음과 같은 지시를 했다. “당 차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처럼 비춰져서는 안 된다. ‘윤석열’이란 이름조차도 거명하지 말아 달라.” 그러면서 “검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공식 기구와 절차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남겼다고 한다. “나였으면 벌써 그만뒀다”(지난 19일 설훈 최고위원) 등 최근 당내에서 불붙은 ‘윤석열 사퇴론’에 선을 그은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22일에도 “검찰총장 거취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극복”이라며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당시엔 총선 압승 직후 ‘오만 프레임’에 대한 경계라면 이번엔 ‘현실론’이란 분석이 나온다. “물러나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은 대통령 한 분밖에 없다. 자꾸 그렇게 에너지를 쏟아부을 필요가 없다. 물러날 분이 아니다”(박범계 의원)란 인식이다.
다만 이 같은 지시가 얼마나 통할지 미지수다. ‘조국 사태’ 이후 여권 내에서 반복적으로 윤 총장 사퇴론이 제기되곤 했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오후 민주당의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도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일한다고 했다면 임명권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사퇴를) 결단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권호·정진우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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