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 “헬기사격 부정 계엄군 위증죄 고소 검토”…이희성 출석 안 해

[경향신문]
5·18기념재단이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89)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부인한 계엄군 지휘관들을 위증죄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18당시 헬기사격은 국가기관 조사에서 이미 사실로 인정됐다. 전씨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2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재판이 진행된 광주지법에서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22일 전씨에 대한 재판이 열린 광주지법에서 “일부 증인에 대해 위증죄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상임이사는 “너무나 뻔뻔하게 아무런 반성 없이 재판에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위증을 한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점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죄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5·18진상규명은 물론 5·18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근거로 쓸 수 있는 주장 자체를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전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5·18당시 헬기 조종사 등은 헬기 사격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송진원 5·18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과 김모 506항공대대장, 헬기 부조종사 2명은 전씨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헬기 사격을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5·18당시 헬기 사격은 국가 기관에 의한 조사에서 이미 사실로 인정됐다. 2017년 9월부터 5개월간 조사활동을 폈던 국방부의 ‘5·18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출격대기 관련 특별조사위원회’는 2018년 2월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5·18당시 육군은 공격헬기 500MD와 기동헬기 UH-1H를 이용하여 광주시민을 향하여 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245 10층 내부에서 발견된 150개의 탄흔에 대해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7년 1월12일 UH-1H에 장착된 M60 기관총이나 계엄군이 사용한 개인화기 M16 사격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감정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는 전씨 측이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과 장사복 전 전투병과사령부 참모장, 백성묵 전 203항공대 대대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희성 계엄사령관과 장사복 참모장에게는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았고 이들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 측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이 사건의 진실을 알만한 고위급 군 관계자 가운데 생존해계신 분들 이름 석 자만 가지고 증인 신청을 한 것”이라며 “제게 이분들을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환 권한이 있는 법원에서 증인들을 소환해주면 성실하게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이희성 계엄사령관 등이)출석했더라도 기존의 주장대로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위증을 했을 것”이라며 “소환장을 받아놓고 나오지 않으면 문제가 되니까 아예 전략적으로 소환장 자체를 수령하지 않은 꼼수를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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