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참모 반대에도 2차 회담 일정 독촉"
"김정은 친서, 트럼프 심리 잘 아는 이가 썼을 것"
백악관 배경으로 촬영된 볼턴 회고록 표지 |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수차례 친서를 받고 크게 흡족해하면서 2차 정상회담 일정을 독촉했다는 일화가 공개됐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될 예정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4번째 북측 친서를 받았을 당시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9월 1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정말 훌륭한 편지"라고 흡족해하면서 "나에 대해 (김 위원장이) 뭐라고 말했는지 들어보라"며 '듣기 좋은 말'을 쓴 몇몇 구절들을 읽어내려갔다고 볼턴은 말했다.
이후 볼턴 전 보좌관은 켈리 실장과 북한의 친서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법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이가 작성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 수령 이후 김 위원장과 만남을 기대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쪽의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 했다고 볼턴은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또 다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건 좋지 않다는 내 설명을 듣기 싫어했던 이유일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해서 자신에게 "너무 적개심이 많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하찮은 작은 나라의 독재자가 보낸 친서"라고 말하고 "김 위원장이 몇 주 전 약속한 대로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기 전까진 대통령과 또 다른 회담을 할 자격이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하게 소신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회담 개최 쪽으로 마음이 기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선거 일정을 고려한 구체적인 회담 시기를 거론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 측 의견을 타진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편지가 무척 훌륭하고, 김 위원장에게 큰 호의를 갖고 있다고 전해달라"면서 두 정상의 밀접한 관계를 과시하고자 친서를 대중에 공개하기를 원하며, 추후 회담 일정과 선호 장소를 물어줄 것을 지시했다고 볼턴은 적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켈리 실장이 백악관 집무실을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의에 지친 자신을 위로했으며, 폼페이오 장관은 낙담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을 5주가량 늦춘 것이 전부였지만, '트럼프 세계'에서는 그 시간 동안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고, 참모들은 이를 바탕으로 일을 진행해야 했다고 볼턴은 썼다.
존 볼턴 회고록 출간에 트럼프 곤혹 (PG) |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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