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서 범행...피해자만 62명
‘백두산 화산 대폭발’ ‘대통령 위독’ 등의 가짜뉴스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기도박사이트로 유인한 뒤 26억원을 가로챈 피의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사기,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사기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원 A(33)씨, B(23)씨 2명을 구속하고 또 다른 조직원 C(23)씨와 사이트 제작자 D(55)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C씨는 현역 군인으로 복무 중인 사실이 확인돼 군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기도박사이트를 운영해 62명으로부터 2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필리핀 마닐라에 사무실을 차린 뒤 ‘문재인 대통령 습격당해 생명위독’ ‘코로나 환자 수많은 사람과 접촉’ 등의 자극적인 가짜뉴스와 함께 자신들이 운영하는 도박사이트 인터넷주소(URL)를 담은 문자 메시지를 63만회에 걸쳐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했다.
피의자들이 보낸 문자에 들어 있는 링크를 클릭하면 D씨가 만든 사기도박사이트로 연결된다. 사이트에는 카카오톡 채널로 유도하는 화면이 나온다. A·B·C씨는 피해자들이 자신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일대일 대화를 요청하도록 유도한 후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이 100만~1,000만원을 입금하면 며칠 뒤 투자금이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사이트에 표시됐다. 이에 피해자들이 수익금을 달라고 요청하면 피의자들은 수수료를 명목으로 추가 돈을 요구한 뒤 모두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총 62명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대출까지 받아 수수료를 보냈지만 수수료는 물론이고 원금과 수익금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62명 중 가장 큰 사기를 당한 사람의 피해액은 2억6,000만원에 달한다. 피의자들은 한국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거주하며 범행을 저질렀지만 결국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코로나19로 기존 방식의 도박사이트 운영이 어려워지자 도박사이트를 활용한 사기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개설한 사기도박 관련 사이트 167개를 삭제·차단하고 이들이 은닉한 범죄수익금 8,00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전액을 몰수하기 위해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불법 도박이 줄자 아예 도박자금 원금이나 수익금을 돌려주지 않는 방식의 더 악랄한 범죄로 변질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계기관과 협력해 가짜뉴스에 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국제공조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기도박 피의자 전원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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