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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문 대통령이 들러리?…청와대 “볼턴, 사실 왜곡” 강한 불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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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회고록 논란]

청와대 브리핑 통해 “기본 못 갖춘 부적절한 행태” 강한 비판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 비난에 청 관계자 “본인이 그럴수도”


한겨레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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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담긴 북-미 정상회담과 판문점 3자 회동 등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관련 기술에 관해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관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관한 부분을 담았다. 그는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당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쪽은 문 대통령의 참여를 여러 차례 거절했지만, 문 대통령이 “일단 판문점 내 관측 초소까지 같이 가서 결정하자"며 동행을 요구해 결국 관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그것(핫라인 전화)은 조선노동당 본부에 있고 그(김정은)는 전혀 거기 간 적이 없다”고 말해다고 적었다. 네오콘 출신으로 대북 초강경파인 볼턴 전 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구상을 ‘조현병 환자 같은(Schizophrenic) 생각들'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볼턴) 본인이 그럴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맞받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볼턴 전 보좌관이 언급한 개별 사례의 사실 여부를 묻는 물음에는 “볼턴 전 보좌관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조차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볼턴 자신의 편견과 선입관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대통령의 참모 직을 수행하면서 비밀준수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이처럼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공문서가 아닌 전직인 볼턴 보좌관의 회고록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은 자칫 무반응으로 일관할 경우 그의 주장이 기정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볼턴 전 보좌관은 네오콘의 대표적인 인물로 2000년대 초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할 때부터 활동했던 초강경 매파다. 초강경파의 주관이 담긴 주장이 마치 사실로 굳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회고록엔 남북, 북미 대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일종의 들러리 내지, 성가신 존재로 묘사한 부분도 청와대가 대응에 나서게 한 대목으로 보인다.

청와대 입장과 별도로 과거 그의 대화 협상 상대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강한 비판과 유감을 나타냈다. 정 실장은 “정확하지 않으며 왜곡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정상들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으로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고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라며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고 윤도한 수석이 전했다. 정 실장은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기대한다.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는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수석은 정 실장의 입장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정의용 실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 실장은 트럼프를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의 초대(invitation)를 전했고 트럼프는 그 순간 충동적으로 받아들였다”며 “나중에 정 실장은 (트럼프를 만나) 그런 초대를 하겠다고 먼저 김정은에게 제안한 사람은 자신이었다고 시인했다”고 썼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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