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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文, 싱가포르 회담도 참여의사 밝혔지만 美가 거절"

중앙일보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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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文, 싱가포르 회담도 참여의사 밝혔지만 美가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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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보좌관(오른쪽). EPA=연합뉴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보좌관(오른쪽). EPA=연합뉴스



2018년 6월 열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 측이 거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회고록『그 일이 있었던 방:백악관 회고록』에서 이처럼 썼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회담 직전인 6월 5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오찬에서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회담 참여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는 “(논의된)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싱가포르 회담에 참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지속적인 바람이었다”면서 “폼페이오 장관과 나는 한국에 (3자 회담은 안 된다는)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고 적었다. 다만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측의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며칠 뒤에도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언급했다. 볼턴 전 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도 싱가포르 회담에 오길 원한다는 문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3자회담은 없을 거라는 건 분명했다”며 3자 회담을 하더라도 한국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미 3국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의 참석 요청이 있었지만, 미국과 북한은 이를 거절했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은 북미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이 될 가능성이 큰 회담에 개입하고자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없기를 바랐지만, 3자회담을 만들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했다”면서도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이 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했다. 문 대통령과의 갈등이 모든 걸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희미한 기대(faint hope)’가 있었다”고 썼다.

사태를 뒤바꾼 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6월 30일 당일, 청와대에 도착해 문 대통령과 환담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계획이 뭔지 모른다”면서 “김 위원장은 나한테 만나자고 했지만, 문 대통령과 내가 함께 가면 어떻겠냐. 문 대통령한테도 근사하게 보일 것”이라고 돌발 제안을 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협의한 내용을 들어 반대했고, 볼턴 전 보좌관도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방법을 알아낼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만날 수도 있고, 안 만날 수도 있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한국 땅을 밟는데 한국 대통령이 자리에 없으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환영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내한 후 떠나는 방식을 제안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시 반대했다. 전날 북한 측과 해당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미 거절당했다는 설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문 대통령이 있는 게 좋겠지만, 북한의 요청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 대통령이 DMZ에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재차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서울에서 DMZ로 배웅하고 회담 후 오산 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나도 된다”고 문 대통령에게 역제안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DMZ 내 관측 초소까지 동행한 다음 결정하자”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판문점 자유의 집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안내했고, 약 4분 동안이지만 남북미 정상 간 3자 회동이 성사됐다.

또 문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전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김 위원장과 핫라인을 개설했지만 그건 조선노동당 본부에 있고 김 위원장은 거기(남북 정상 핫라인)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남북 정상 핫라인은 2018년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이 북한에 가 합의한 것으로 같은 해 4월 20일 개설됐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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