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자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려던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은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준 동의안 추진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심히유감, 도발 멈추고 대화 나서야'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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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당론 추진→지켜보겠다"…민주당 속도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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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안 처리를 당론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남북관계 발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상 간 합의서의 법적 구속력을 갖추기 위해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를 추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 군사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강경 태세를 보이자 당 내 기류도 변화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21일 "판문점 선언은 정부가 제출하는 것을 지켜보고 추진하는 쪽으로 논의가 됐다"며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고 대북관계 긴장이 높아지면서 지금 당장 국회가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북한 도발과 별개로 당론 추진을 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통일부가 21대 국회에 제출할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준비중이지만 제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부에서 어떻게 진행할지와 같은 부분들이 정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 기류 변화는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 수순으로 가는 상황에서 비준 동의안 처리가 무리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해 설치한 공동연락사무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파괴하면서 추진 동력이 약해진 것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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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준 동의안 20대 국회서 '폐기'…野 "법적근거·비용추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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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은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문으로 발표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그해 9월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가 간 약속인 '조약'이 비준 대상이므로 남북의 정치적 선언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북한을 현행 헌법에서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조약의 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예산 역시 문제 삼았다. 야당은 남북경협사업의 비용추계 관련 예산 항목을 비공개한 통일부에 대해 '깜깜이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 남북철도 연결 등에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비준 동의안은 외통위 법안소위로 넘어갔지만 논의의 진전 없이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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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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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다만 이번 북한의 도발이 대북 전단 무단살포 문제가 도화선이 된 점을 감안해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단 입장이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대북전단 무단 살포는) 접경 지역 주민의 경제와 삶에 직결된 문제"라며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 신속하게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개별 의원들이 발의한 법들을 절차대로 처리할 예정이다.
국회에는 김홍걸·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북 전단 살포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설훈 의원의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은 주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대북적대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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