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남전단 살포 중단 촉구 / 北 “한번 당해 보라” 강행 예고 / 文대통령 조롱 사진까지 공개
북한이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이 우리 정부의 유감 표명과 중단 촉구에도 아랑곳 않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의 대남 삐라(전단) 살포를 예고해 남북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고 있는데도 북한이 되레 막가는 양상이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문 대통령 얼굴이 들어간 전단 더미 위에 꽁초와 담뱃재, 머리카락 등을 뿌린 사진 등을 공개했다. 북한 주민과 군인이 대남전단 살포를 위해 접경지역까지 진출하고 남측이 감시·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는 21일 대변인 담화에서 통일부의 대남전단 살포 중단 촉구에 대해 “삐라 살포가 북남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몰라서도 아닐뿐더러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남북합의가 이미 깨졌으니 대남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고 재확인한 것이다.
통전부 대변인은 “위반이요 뭐요 하는 때늦은 원칙성을 들고나오기 전에 북남충돌의 도화선에 불을 달며 누가 먼저 무엇을 감행했고 묵인했으며 사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켰던가를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들은 앞서 전날 각지에서 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작성 중인 전단 사진 등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남측 주민의 감정을 자극하려는 듯 문 대통령을 원색 비방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무엇인가를 마시는 문 대통령 얼굴 위에 ‘다 잡수셨네… 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합성한 전단 더미 위에 꽁초와 담뱃재 등을 뿌린 사진 등도 담겼다.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내용과 사진이 실렸던 만큼 문 대통령을 비방하는 전단 사진을 일부러 노출해 앙갚음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조선중앙통신은 “여직껏(여태껏) 해놓은 짓이 있으니 응당 되돌려받아야 하며 한번 당해 보아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통일부는 전날 “전단 살포는 남북 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강한 유감을 표하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통일부는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북한도 더 이상의 상황악화 조치를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대비태세를 강화했다. 한 군 관계자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기한 다음 조치로 전단 살포가 예상된다”며 ”우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21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앞에 철책에 '전단행위 살포를 중단하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파주=남정탁 기자 |
이런 가운데 일부 탈북자단체가 대북전단 살포 방침을 고수해 남남갈등도 번질 조짐이다.
탈북자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그 진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대북전단 100만장을 6·25 전후로 바람 따라 보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북전단 살포 봉쇄 방침에 반발한 한 보수 성향의 인사가 이 지사 집 근처에서 전단을 살포하고 이를 막으면 가스통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해 경기도와 경찰이 경비 강화에 나섰다.
홍주형·박수찬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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