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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
‘거여(巨與)’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을 배제한 채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 선출을 강행했고, ‘공격수’들을 전면 배치하는 등 검찰을 향한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지시를 ‘옳지 않다’고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의 윤 총장 ‘찍어내기’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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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에 강경·공격수 전면 배치…사퇴 언급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범여 187석으로 법제사법 등 6개 상임위원회 구성을 강행했다. ‘협치의 관행’은 깨졌고, 법사위원장 자리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게 됐다.
민주당은 또 법사위원으로 ‘공격수’들을 전면 배치했다. 기존 멤버 구성에 전 고검장 소병철 의원, 사법 개혁을 요구한 전 부장판사 최기상 의원 등 법원·검찰 출신들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한 김용민(변호사) 의원, ‘조국 백서’의 저자 김남국(변호사) 의원 등이 새로 합류했다.
지난 18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모두 검찰 개혁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불거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수사팀의 위증 강요 의혹 진정 사건,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통화 논란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여당 최고위원은 직접 윤 총장 사퇴를 언급하기도 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가 윤 총장이고 하면 벌써 그만뒀다”며 “국민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빨리 정리하라’ 그런 상황이다. 어떻게 버티고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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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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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윤석열 지시 옳지 않아”…정면 비판
법무부도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지시를 두고 ‘옳지 않다’며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한 전 총리 사건의 핵심 인물인 고(故) 한만호씨의 수감 동료 최모씨는 지난 4월 법무부에 검찰의 위증 강요 의혹 관련 진정을 냈다. 이는 윤 총장 지시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됐지만,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은 감찰부 조사를 주장했다. 감찰부는 윤 총장의 배당 지시에 반대하며 진정서 원본을 내놓지 않았고, 대검은 사본을 통해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배당토록 했다.
추 장관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질타했다. 추 장관은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것은 옳지 않다”며 “(재배당 과정에서) 상당한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된다”고 윤 총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추 장관은 이후 사건 중요참고인 조사를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 감찰부에서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법무부 감찰규정 제4조의2(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발생 등 보고)에 근거했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이를 두고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21일 “장관이 감찰 명분으로 검찰에 구체적으로 사건을 지휘한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일일이 지시할 수 있게 되는 선례가 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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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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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윤석열 제거 시나리오 가시화” 우려
검찰 안팎에서는 현 상황을 두고 여권과 법무부가 사실상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윤 총장을 ‘토사구팽(兎死狗烹)’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총장에 대한 정권의 공격이 이성을 잃었다. 윤 총장 제거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여권 인사들은 입을 맞춘 듯 일제히 윤 총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잔인한 공격성으로 국가의 공공성을 유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윤 총장을) 임명할 때 민주당 사람들은 그의 강직함을 칭찬했고, 통합당 사람들은 그가 독립적 수사를 했다가 좌천당한 것을 복수하지 않을까 우려해 임명에 반대했다. 지금은 그 평가가 양쪽에서 정반대로 바뀌었다”며 “그것은 그(윤 총장의)의 칼이 공정하며 중립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주책없이 표변한 것은 총장이 아니라 여야의 정치적 처지”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밝혔다.
윤 총장에 대한 공세가 앞으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그가 늘 강조해 온 법과 원칙에 따라서 대응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임기가 보장된 총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거나 여론전을 하는 것은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것”이라며 “윤 총장은 이같은 압박을 버텨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검사도 “윤 총장이 현 상황으로 인해 거취를 고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을 따를 것이고, 이는 더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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