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싱가포르서 트럼프 김정은에 낚였다"
강경파 볼턴 회고록에 드러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민낯
트럼프, 아무와도 상의없이 "한미훈련 축소" 즉흥통보
전문가 "남북 관계에는 특별한 변수가 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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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임철영 기자, 이현우 기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회고록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민낯을 드러내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상황에서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내막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혔다. 외교가에서 소문으로 전해지던 내용이 미국 국가안보 관련 주요 직책을 지닌 이의 입과 글을 통해 세상에 폭로되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볼턴 전 보좌관이 출간한 회고록 내용 중 2018년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관련 항목들을 요약해 게시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준비도, 형식적 의제도 없었으며 완전히 자유로운 형식의 공동선언문에 서명할 준비만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유엔(UN) 제재 해제가 다음 수순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성이 있으면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해 김 위원장이 낙관적인 기대를 안고 떠났다는 내용도 회고록에 담겼다는 것이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물론 아무에게도 상의도, 통보도 하지 않은 채 김 위원장에게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줄이거나 없애겠다고 발언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관계에서 미국의 국익과 외교ㆍ안보의 중요성을 무시한 채 즉흥적인 태도로 임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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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인용해 트럼프 미 행정부의 북ㆍ미 비핵화 외교는 한국의 창조물이고, 미국의 전략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불만을 표시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외신은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첫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낚였다(hooked)'라고 비판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네오콘'인 볼턴은 대북 강경파로 유명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과 시각에 대해서는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볼턴 전 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ㆍ미 양측에 대해 비현실적 기대를 걸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모든 외교적 춤판(fandango)은 한국이 만들어낸 것'이라 쓰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볼턴의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모든 주장이 북한과 우리를 형편없이 후퇴시켰다"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문제는 미국 대통령과 전 NSC 보좌관의 설전을 문재인 정부가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처럼 지켜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테리 선임연구원의 트윗은 충격적이다. 문 대통령이 국운(國運)을 걸고 한반도 중재자 역할에 나섰을 때 미국은 내부 조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대 협상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둘러싼 한ㆍ미 양국 정부의 간극이 재확인된 대목이다.
'볼턴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건, 과장된 해석이건 관계없이 논란이 번지는 것 자체가 한반도의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할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통일부 등 주무 부처는 미국 국내 정치 문제와 연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은 언급하고 논평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반응을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행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볼턴 전 보좌관의 행동에 대해 불편해하는 정서가 감지되고 있다. 정상 간 대화를 비롯한 민감한 외교 사안은 정부 차원의 사전 점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데 회고록 형식으로 공개한 것은 의문이라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볼 때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언급한 사실은 정부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이례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회고록 내용이 남북 관계에 특별한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싱가포르 회담 당시 분위기는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어서 가십거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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