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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vs ‘윤석열 수호’… 진영 대결장 된 서초동, 소음피해 몸살

헤럴드경제 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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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vs ‘윤석열 수호’… 진영 대결장 된 서초동, 소음피해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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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인근 정치성 집회 연일 이어져

인근 소음피해 심각하지만 경찰 개입 어려워 난감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는 횡단보도를 사이에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쿠데타 검찰총장 윤석열 사퇴’를 내건 시위자들과, 반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민이 지킨다’는 구호를 앞세운 집회 참가자들이 대형 스피커를 동원해 서로를 비방했다. 서초동 법조타운을 찾은 민원인이나 인근 식당 운영자들은 욕설은 물론 가족 비하 발언까지 오가는 말다툼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서초동 일대가 집회 소음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검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검찰총장 사퇴를 위한 응징본부’ 30여명과, ‘자유연대’와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20여명이다. 정치성향에 따라 발언 내용이 명확히 갈린다.

이들은 경쟁하듯이 스피커의 볼륨을 올렸고, 행인들은 양손으로 귀를 막으며 인상을 쓰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스피커 음량은 지나가는 차가 많아지는 오후 4시부터 7시 맞춰 절정을 이뤘다.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매일 이 길을 지난다는 이 모씨는 “서초역을 나오면 소음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라며 “자신들의 주장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볼까 무섭다”고 했다.

집회를 단속하기 위해 나온 경찰관도 “월화수목금금금이다. 하루종일 큰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으니 스트레스가 심해 피부병이 올라와 약을 먹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주말에는 1000여명의 인파가 나와 서초동에서 집회가 진행된다. 고검에 근무하는 한 검사도 “오후가 되면 시끄러워 창문을 못 열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다. 응징본부의 백은종 대표는 “상대방이 우리의 집회를 방해해 소리를 키우다보니 우리도 귀가 아프다”며 “(하지만) 경찰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우리는 합법적으로 집회를 할 뿐”이라고 했다. 반면 상대측인 자유연대의 김상진 사무총장은 “(응징본부가) 총장을 공격하기 위해 큰 소리를 트니 우리도 키울 수 밖에 없다”며 “상대가 음향을 줄이면 우리도 줄일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는 매일 50여명의 경찰이 나와 질서만 유지할 뿐 이를 제지할 뾰족한 수는 없다. 집시법 시행령에 따르면 피해를 받고 있는 건물의 외벽에서 1미터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소음측정을 해 75데시벨 이상이 나와야 규제가 가능한데 대검찰청 외벽에서 소리를 측정해도 75데시벨 이하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현장에 나와있는 한 경찰은 “스피커 앞 소음의 채증 결과 지나가는 시민들은 비행이 이륙소음에 해당하는 90~100 데시벨의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며 “법의 사각지대 안에서 집회가 열리는 만큼 경찰로서도 손 쓸 방법 없이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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