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 방해’ vs ‘지시불이행’…검찰 내부에서도 의견 갈려
추 장관 ‘7월 인사’ 단행 공식화…큰 폭 물갈이 예상
왼쪽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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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한명숙 수사팀’에 대한 진정 사건의 처리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감찰 방해’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지시불이행’이냐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 부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 장관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검 감찰부에서 법무부 직접 감찰을 회피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라고 묻자 "대검찰청이 감찰을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진상 확인을 지시한 조치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추 장관은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문제를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대검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정하는 조치를 밟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일단은 인권감독관의 조사 결과를 감찰부에 보고하게 돼 있는 만큼 감찰부의 손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라며 "적당한 시간까지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신속하게 진행해서 감찰부가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추 장관은 자신의 발언을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 최근 언론을 통해 2010년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증언 회유가 있었다고 폭로한 중요 참고인을 대검 감찰부에서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 해당 참고인은 검찰이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증인신청을 하지 않아 법정에 서지 않았던 인물이다.
법무부는 추 장관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이유는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서울중앙지검 수사는 거부하고 대검 감찰부 감찰·수사에는 협조하겠다’는 해당 참고인의 입장이 공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또 대검 감찰부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경과를 보고받아 한 전 총리 사건 수사과정의 위법 등 비위 발생 여부 및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윤 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에 꾸려진 전담조사팀으로부터 전체 사건을 넘겨받도록 지시하진 않았지만, 핵심 참고인에 대한 조사 권한과 서울중앙지검 조사 결과를 보고받아 법무부에 보고할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한 부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부장은 지난 4월 17일 법무부로부터 ‘한명숙 수사팀’과 관련된 진정을 이첩 받고 한 달이 넘는 기간 윤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료수집 등 감찰을 위한 사전작업을 벌이다, 5월 28일에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사건을 재배당하는 과정에서 한 부장은 “감찰부에서 민원인 조사 등 향후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진정서 원본을 내놓지 않고 버텨, 결국 진정서 사본을 첨부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했다는 것.
한 부장은 지난 주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전 총리 수사팀에 대한 감찰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그는 “대검 감찰부는 징계(징계시효 완성된 경우의 주의, 경고, 인사조치 등의 신분조치 포함), 사무감사 업무 외에도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 검찰청 공무원의 비위 조사 중 범죄혐의가 인정될 경우 수사로 전환하여 각종 영장청구,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며 감찰부의 권한에 대해 언급했다.
또 그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이미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이 되어 진상 조사가 불가피한바, 이를 정치쟁점화하여 진상 규명이 지연, 표류하지 않게 않으려면, 관계부서의 입장에서는 사건의 과정(방법)과 결과(처리방향)를 명확히 구분하여 사건의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오로지 사건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고 처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적었다.
이어 “사건의 결과(처리방향)는 재심, 제도개선(인권침해 수사 예방 및 통제방안, 인권부와 감찰부의 관계, 대검 감찰부의 독립성 보장방안 포함), 징계(신분조치 포함), 형사입건, 혐의 없음 등의 전부 또는 일부가 가능하고, 사건의 과정(방법)은 사안 진상 규명 의지와 능력을 가진 단수 또는 복수의 주체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조사결과를 정확하게 내놓는 것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 수사와 관련된 감찰 내지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
이 같은 한 부장의 행동에 대해 검찰 내에서는 ‘월권’ 내지 ‘항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번 진정 사건의 경우 관련자들의 징계시효가 이미 다 도과된 상태라 애초부터 감찰 대상이 아니어서 감찰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아무리 감찰에 있어서 독립성을 보장받은 감찰부장이라 해도 대검에 소속된 간부로서 사건 배당에 대한 총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대검 감찰부장에 외부인사를 임명한 배경과 취지에 비춰볼 때 법무부가 대검 감찰부에 보낸 사건을 다른 부서나 다른 검찰청으로 재배당한 윤 총장의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2010년 당시 검찰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진행된 수사 과정에 ‘위법한 증거조작 시도’가 있었다는 걸 과연 같은 검찰청에서 밝혀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대검 수뇌부와 한 부장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고 검찰 내부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한 부장의 직접 조사권을 일부 인정해줌으로써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일단은 현재 조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의 조사를 지켜보겠지만, 적정한 기간 내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보고하지 못하거나 조사 결과가 추 장관이 보기에 미흡할 경우 대검 감찰부에서 재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오는 7월 검찰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 안팎의 예상처럼 통상 8월에 단행됐던 정기인사가 한 달 당겨지게 된 것.
이번 인사에서도 추 장관 취임 후 단행된 지난 1월 인사 때처럼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는 대검 간부 내지 특수통 검사들의 무더기 좌천이 예상된다.
지난달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검사 인사제도 개혁 권고안에는 일선 검찰청의 형사·공판부장과, 형사부를 지휘하는 1차장검사, 대검 형사·공판부장 등은 물론, 검사장이나 지청장의 5분의 3이상을 형사·공판부 경력검사로 보임하는 방안이 담겼다.
특히 개혁위는 ‘검사장이나 지청장의 5분의 3 이상을 형사·공판부 경력검사로 임용하는 방안’ 등은 차기 인사부터 즉시 시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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