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분위기 조성하고 간섭 배제해야"…대미 압박 성격도
홍콩 글로벌 금융중심 위상 지지 의사…중국 경제 회복세 평가
1단계 무역합의문 손에 든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류허 부총리(왼쪽) |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류허(劉鶴) 부총리가 미중 관계의 급속한 악화 분위기 속에서도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류 부총리는 18일 상하이에서 개막한 루자쭈이(陸家嘴) 금융포럼에 보낸 서면 축사에서 "마땅히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간섭을 배제함으로써 공동으로 중미 1단계 무역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1단계 무역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류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비록 중국의 새로운 입장은 아니지만 최근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하면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1단계 무역 합의 파기 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중 무역 협상의 중국 측 수석 대표였던 류 부총리는 지난 1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 합의에 직접 서명을 한 인사이기도 하다.
다만 류 부총리가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라'고 강조한 부분은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이행할 의향이 있지만 상대인 미국이 자국을 적대적으로 대하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계속 가한다면 미국 상품 대량 구매를 핵심으로 한 합의 이행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음을 넌지시 내비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의지를 지속해 피력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1단계 무역 합의의 핵심인 농산물 등 미국 상품 대량 구매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여기는 무역 합의를 대미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홍콩의 자치 문제가 미중 갈등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류 부총리는 중국이 국제 금융 중심지 위상을 지켜나가는 것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굳건하게 지지한다"며 "각국이 홍콩에 투자한 각국 기업과 개인의 권익을 철저히 보호함으로써 홍콩의 장기 번영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류 부총리는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이겨내고 정상화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방역과 산업 회복에 관한 종합 대처가 중요한 단계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5월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호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부총리는 "여전히 경제 하방 압력이 비교적 크지만 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국내 순환을 위주로 하고, 국내외 간 상호 보완적 순환이 병행되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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