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국가정보원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사이의 이른바 핫라인이 주목된다. 북한이 차단하겠다고 밝힌 남북 통신·연결망에 거론되지 않은 데다 남북이 대북특사 제안과 응답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남북 연결의 최후 보루 격인 이 통신망이 결정적 순간에 상호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선'이 될까.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2020.05.06.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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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측의 특사파견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남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김정은)께 특사를 보내고자 하며, 특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한다면서 방문 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밝힌 우리측의 제안 날짜는 6·15 남북정상회담 20주년이던 지난 15일이다. 특사 카드는 북한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우리측이 특사를 제안하며 명단을 제시하고, 일자를 논의하자는 뜻도 전달했다는 건 확인됐다. 북한쪽에서도 이를 받아보고, 거절 답신을 보내왔다.
이 소통이 어느 채널로 이뤄졌는지가 관심이다. 북한은 지난 9일부터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선을 끊겠다고 밝혔다. 이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함정 간 핫라인, 판문점 채널에다 청와대(문 대통령)와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김정은 위원장) 핫라인 등 여러 채널이 닫혔다. 그중 연락사무소는 아예 건물을 폭파시켜 철거하는 극단적인 방식을 썼다.
국정원-통전부 핫라인은 북한이 차단·폐기하겠다고 선언한 통신선에 거론되지 않았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 핫라인이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연결됐고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까지 유지됐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기조가 바뀌면서 끊어졌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단절됐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2018년 복원됐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으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파견한 게 계기다. 남북은 이 핫라인을 통해 고위급 대표단의 명단, 일정 등을 논의한 걸로 전해졌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계산하면 10여년만이다.
물론 핫라인이 아직 살아있는지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특사 제안 거부 발표가 역설적으로 핫라인의 존재를 드러내 준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제안 경로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 "특사 관련 부분은 비공개"라며 "그것을 (북한이) 공개하는 자체가 비상식적인 행위다. 우리는 특별히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보냈다. 문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 이때도 이 핫라인을 이용했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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