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엔 ‘돌파력 좋은 중진’ 가능성
이인영·우상호 유력 거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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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밝힌 ‘장관직 사퇴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와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 쇄신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저에게 주어진 책무”라는 발언이다.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책임진 국무위원의 ‘자진 사퇴’로 갈수록 경고음이 높아지는 남북관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반전의 밑돌을 놓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시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7일 발표한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사죄와 반성, 재발 방지”를 요구한 데 대한 김 장관의 ‘답변’의 성격도 있다. 통일부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날 테니 이쯤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김 장관의 사퇴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방식이나 최근 정세 흐름에 비춰 예상을 깬 ‘돌출 결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의 4선 중진인 노웅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해야 하고, 장수도 바꾸지 않는 법이다. 모양새도 시기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유임’을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위원의 사표 수리는 인사권자의 결정 사항”이라며 “결정되는 대로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김 장관의 사퇴는 기정사실이다. 김 장관은 18일 퇴임식을 치를 계획으로 알려졌다. 후임 장관이 청문회를 거쳐 정식 취임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기보다, 사퇴를 신속하게 ‘현실’로 만들겠다는 행보다. 자신의 사퇴를 남북관계의 제단에 올려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고 싶다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마지막 안간힘이다.
청와대 쪽도 대통령의 반려 가능성은 내비치지 않고 있다. 김 장관의 바람대로 “분위기 쇄신의 계기 마련”을 위한 후임 장관 인선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후임 통일부 장관은 “돌파력이 좋은 중진 정치인”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여권 핵심에서 최근 사태 이전부터 ‘남북관계의 경색을 돌파하려면 정치인 출신 통일부 장관이 절실하다’는 주문이 높았던 터다. 문재인 정부 초중반 통일부 장관이 전문 관료(조명균 전 장관)와 남북관계 전문가(김 장관)였는데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정무적 판단이 깔려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은 이인영·우상호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차례 정상회담에 깊이 관여한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임 전 실장은 입각보다는 민간 영역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는 쪽을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홍익표 민주당 의원도 거론되는데 정치적 중량감이 다른 후보들보다 약하다는 평이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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